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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중에서 시작된 사제의 길…한국 천주교 얼굴로
단단한 신앙·탁월한 소통능력 염수정 주교 서울대교구장 임명
추기경 서임 가능성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느님과 교황의 뜻에 순명해 교구장직을 받아들인다.”

교황청이 10일 제14대 서울대교구 신임 교구장으로 임명한 염수정(69ㆍ안드레아) 대주교는 평생 자신을 낮추며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순명(順命)’의 삶 앞에서 새로운 소명을 받아들이며 이렇게 말했다.

‘아멘, 오소서 주 예수님!’을 사목표어로 삼아 겸손과 순종의 길을 걸어왔지만, 그 길은 홀로 걸어온 길만은 아니다. 그의 몸엔 한국 천주교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그의 5대조 염덕순은 초창기 한국 천주교를 받아들인 신자였고, 4대조 염석태와 부인 김마리아는 1850년 함께 순교한 안타까운 역사를 갖고 있다. 염 주교가 태어난 경기도 안성군 삼죽면은 순교자의 시신을 찾아 그의 일가가 정착, 뿌리를 내린 곳이다. 후손은 박해를 피해 산 속으로 들어가 옹기를 구우며 생계를 이어갔다.

염 대주교의 사제의 길은 모친의 태중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친은 뱃속에 셋째아이가 들어서자 “이 아이는 성모(聖母)님께 바치겠습니다”라고 매일 기도했다. 염 대주교는 그런 모친의 기대에 부응했고, 아래 형제들 역시 사제의 길을 선택해 삼형제가 나란히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염 대주교의 사제로의 길은 곧았다. 동성중ㆍ성신고를 거쳐 가톨릭대 신학대를 졸업, 1970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단단한 신앙과 신중함, 넉넉한 인품을 바탕으로 이후 염 대주교는 가톨릭대 사무처장,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등을 거쳐 총대리주교로 서울대교구 살림을 10년째 맡아오고 있다. 현재 맡고 있는 굵직한 직함만도 평화방송 이사장,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장, 재단법인 바보의나눔 이사장 등 여럿이다. 그는 소탈하고 격의 없는 성격으로 탁월한 소통 능력을 갖고 있지만 교리에 관한 한 원칙주의자다. 2005년 가톨릭 서울대교구 생명위원장을 맡았을 때엔 생명 경시 풍조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황우석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개발을 비판하기도 했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생명윤리 문제를 법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찾기도 했다.

한국 천주교는 염 대주교의 임명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나아가 교황 선출권과 피선출권을 가진 두 번째 추기경이 탄생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염 대주교의 착좌식은 다음달 2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거행된다. 


<문영규 기자>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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