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굴착기에 찢긴 불편한 도시를 담다
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 정직성 초대전 내달 14일까지
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
정직성 초대전 내달 14일까지


이 작가의 이름은 정직성(36)이다. 본명(정혜정)은 따로 있지만 어느날 빌리 조엘의 ‘어니스티(honesty)’라는 노래를 듣다가, 정직성을 이름으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작품 앞에 정직하겠다’는 의지도 다지면서 말이다.

그 작가가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관장 최종태)에서 초대전을 연다. 정직성은 김종영미술관이 매년 1, 2명의 작가를 선정해 그 작가를 조망하는 ‘오늘의 작가’전의 2012년 작가로 뽑혀 오는 6월 14일까지 전시를 연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는 조각 전문 미술관인 김종영미술관이 화가를 오늘의 작가로 선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종영미술관의 최열 학예실장은 “지난 2004년부터 조각가를 중심으로 오늘의 작가를 선정했으나 앞으론 건축적 구조를 드러내고 있는 화가 중 탄탄한 조형성과 문제의식을 지닌 이를 발굴해 집중 조명하겠다”고 밝혔다. 

 
공사가 한창인 도시 외곽을 기하학적인 선으로 강렬하게 표현한 정직성의 신작 ‘2012243’(193×259㎝).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순수 회화작가로는 처음으로 김종영미술관의 오늘의 작가로 선정된 정직성은 건설가림막과 굴착기가 늘 진을 치고 있는 대도시의 모습을 독특하고, 강렬하게 표현해온 화가다. 최근 미술계의 젊은 작가들이 회화를 만드는 경향이 크지만 그는 회화의 본령인 ‘그리기’에 충실한다. 화면을 당당하게 장악하면서 도시공간의 그늘진 곳, 어지럽고 불편한 현장을 끈질기게 형상화하는 것.

“아름다운 꽃그림 같은 걸 보면 저도 예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삶이 이렇게 팍팍한데, 이렇게 복잡한데 그 걸 그리는 작가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자꾸 제가 살았던 망우리며 둔촌동 신림동 일대를 그리게 됩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엔 어지럽고 암울한 도시 현장, 재개발되거나 재건축되는 변두리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아울러 급속한 개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날 선 시각으로 단호하게 그린다. 그런데 그리는 행위를 유쾌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일까? 그의 그림은 비루하고 속된 도시와, 인간의 내면에 깃든 세속적 욕망이 오히려 밝고 유쾌한 추상공간으로 드러난다.

결국 그의 그림은 경직된 사회구조에 대한 예술가의 회화적 항변이지만 기왕의 민중미술과는 궤를 달리한다. 과감하고 힘 있는 붓놀림으로 순수 회화의 내밀한 힘을 보여주며, 삶의 불확정성을 자기만의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선과 형태, 그리고 빛깔이 유기적으로 흐르는 그의 그림은 끊임없이 지어지고 무너지는 도시 공간의 특성이 때론 강렬하게 때론 부드럽게 표출된다.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박사과정 중인 정직성은 이번이 9회째 개인전이다. (02)3217-6484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