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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누가 부모 욕 더 잘하나” 기가찰 노릇 버젓…
- ‘패드립(패륜적 애드립)’에 물든 10대 청소년들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우리 할매미(할머니) 명절만 되면 그냥 가만히 누워서 멍때리고 있다가 그냥 처자 XXX. 예전에는 침대에서 안자고 바닥에서 재웠더니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서 오줌지려 XXX.” (일명 ‘패드립’ 카페에 올라온 글)

“느금마(너희 엄마) 전봇대에 머리 박아서 과다 출혈로 사망” (포털사이트에 ‘패드립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명 ‘패드립’이 유행이다. ‘패드립’이란 ‘패륜’과 ‘애드립’의 합성어로, 부모나 윗어른을 욕설 및 성적 비하의 소재로 삼는다는 의미다.

최근 유행하는 패드립은 과거 청소년들끼리 은밀한 장소에서 주고 받던 부모나 스승에 대한 험담의 수준을 넘어선다. 인터넷 유머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에서 시작된 패드립은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스마트폰 그룹 채팅 등을 통해 청소년들 사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은 패드립의 근본적 원인에는 가족관계의 단절이 깔려있다는 분석과 함께 ‘대화’와 ‘관심’을통한 문제해결에 나서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패드립’= 패드립은 주로 게임사이트나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확산된다. 게임을 하던 중 상대를 비방할 목적으로 상대의 부모를 지칭하며 욕설과 성적 비하를 하는 형태가 가장 많다. 불특정 다수의 기성세대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패드립이 이뤄지기도 한다. 인터넷을 통해 시작된 패드립은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스마트폰 채팅 프로그램인 ‘카카오톡’을 통해 서로 누가 더 패드립을 잘하는지 경쟁하는 ‘패드립 배틀’을 이뤄진다.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패드립 카페에는 300여명이 넘는 회원들이 모여 서로의 패드립을 공유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포털사이트 지식공유 게시판에는 “패드립을 가르쳐달라”는 질문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너검마 킥보드 타고 콩나물 팔러감” 이라는 다소 농담 섞인 표현도 있지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비하의 내용이 담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소년들은 스스로 ‘패륜’이라고 지칭하면서도 욕설에 대한 심각성을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신촌에서 만난 중학생 오모(15ㆍ서울 연희동)군은 “친구들끼리 재미삼아 하는 경우가 많다.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다른 친구들도 일상적으로 하니까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김모(17ㆍ서울 대흥동)군도 “인터넷이나 게임사이트에서 배운 패드립을 학교에 와서 친구들끼리 공유하기도 한다. 새로운 표현을 개발하면 서로 인정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패드립은 가족 관계 단절이 근본적 원인”= 전문가들은 패드립이 청소년 문화의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고 우려했다. 또 인터넷이 확산의 배경이라고 꼬집었다.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아이들이 개별적으로 부모나 스승에 대한 험담이나 욕설을 하던 것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공유되며 콘텐츠가 풍부해지면서 ’패드립’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묶일 정도가 됐다”고 분석했다.

박인기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도 “모범생인 아이들도 자신의 비밀일기엔 부모를 대상으로 심한 욕설을 적는 등의 경우가 왕왕 있다. 대학 진학 등 사회적 억압에 눌린 청소년들이 패드립 등을 통해 억눌린 심리를 해방시키고 있다. 또래집단에서 이런 현상이 일반화되다 보니 ’남들도 하니 나도 한다’는 식의 자기합리화가 이뤄지고 윤리의식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부모와의 대화의 소재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부모와 자녀 간의 괴리감이 커진 것”이라며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청소년들은 패드립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격리돼 있단 느낌이 클수록 패드립이 쉬어진다. 가족의 관계가 약화되는 것이 주요 배경 중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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