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르포>이동통신사 중고폰 오프라인 판매 시행 두 달, 시장 가보니
10여 곳 돌아봐도 보유 물건 없는 곳이 대부분

제도 시행 모르고 있는 매장 직원이 태반

KT, 중고 스마트폰은 안 팔아, SKT도 중고폰 판매 대리점
전체 대리점의 6%에 불과.

통신사 소극적 마케팅으로 제도 유명무실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A씨는 얼마 전 산지 6개월도 안 된 스마트폰을 분실했다. 단말기 할부금이 남아있어 1년 반 정도의 약정기간 동안 중고 휴대폰을 쓰기로 결정했다. 이중으로 약정에 묶이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최근 SK텔레콤(017670)와 KT(030200)오프라인 대리점에서 중고 단말기를 유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A씨는 인근 대리점으로 달려갔다. 통신사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서 사는 게 더 안심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는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 중고 스마트폰을 파는 대리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미심쩍은 마음을 안고 인터넷으로 중고 휴대폰을 구매했다.

SK텔레콤과 KT가 ‘그린폰’, ‘T에코폰’이라는 이름으로 오프라인 대리점에서 중고 휴대폰 판매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다. 하지만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고 휴대폰을 구매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통신사들의 소극적인 마케팅 탓이다.

지난 3월5일부터 오프라인 중고폰 판매를 시작한 KT는 전국 3000여곳 대리점 중에서 1등급 매장 250곳에서만 중고 피처폰에 한정해 판매를 하고 있고 지난 4월9일부터 중고폰 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한 SK텔레콤도 전국 2600개 대리점 중 168곳에서만 제한적으로 중고폰을 팔고 있다. 


소비자는 24~30개월에 이르는 약정계약이 부담스럽거나 단기간만 휴대폰을 사용하려 할 때 중고폰을 이용한다. 온라인으로 중고폰을 구매하면 판매자를 신뢰하기 어렵고, 물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중고폰 오프라인 판매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출발한 제도다. 휴대폰의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90만원에 이르는 갤럭시S를 18만원 가량에 구입할 수 있고, 피처폰은 4~5만원에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제도 시행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감도 높았다.

그러나 지난 4일과 5일 이틀 동안 본지가 강남, 종로, 신촌 등 서울 시내의 번화가와 대형마트 등에 위치한 일부 SK텔레콤, KT 대리점 15곳을 방문한 결과 중고 휴대폰을 전시해 판매하는 대리점은 한 곳도 없었다. “중고폰 있느냐”는 질문을 하면 창고에서 보유하고 있는 물건을 들고 오는 곳이 대다수였다. 절반 정도는 “현재 물건이 없다”고 대답했다. 대형 마트에 위치한 대리점에도 중고 휴대폰은 없었다. 상암동의 한 대형마트에 위치한 SK텔레콤 대리점에서는 ‘구형 스마트폰을 가져오면 LTE 폰으로 바꿔준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걸어놓았지만 정작 보유하고 있는 중고 스마트폰은 없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고폰을 찾는 것은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보다 어렵다. 오프라인 중고폰 거래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이 됐지만 중고폰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곳은 드문 현실. 때문에 통신 약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가 계속 헛돌고 있다.

휴대폰의 상태도 문제였다. KT강남대로점을 비롯한 몇몇 KT 대리점의 경우 중고 휴대폰을 재가공한 후 포장해 새것과 같은 상태로 팔기는 하지만 모두 피처폰이었다. 중고 스마트폰을 가진 매장은 없었다. 신촌에 위치한 SK대리점에서는 중고휴대폰이 있냐고 묻자 직원이 자신이 쓰던 SKY 베가X를 가지고 나와 가격 흥정을 하기도 했다. 이동통신 3사의 휴대폰을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종각역 지하상가에 위치한 대형 휴대폰 판매점에서는 중고 물건이 있다며 종이가방에 가득 담긴 중고 휴대폰을 들고 나왔는데 ‘부르는 게 값’이었다. 원 구매자에게 2만원에 산 갤럭시S를 40만 원에 팔고 있었다.

대리점 직원들은 본사가 운영하는 중고폰 오프라인 판매정책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SK 텔레콤와 KT의 상당수 대리점 직원들은 “오프라인에서는 원래 판매하지 않으니,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라”고 대답했다. 일부 점원은 ‘세티즌’과 같은 인기 중고폰 매매 사이트를 추천하기도 했다.

중고 휴대폰은 AS도 되지 않는다. 대리점 직원들은 “휴대폰 AS 기간은 1년”이라며 “중고 휴대폰은 거의 1년이 지났으니 AS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요금제도 문제였다. SK텔레콤은 피처폰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은 ‘약정할인 없는’ 스마트폰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다. 신사역 인근의 KT 매장 직원은 “온라인으로 구매한 중고 스마트폰도 약정을 걸고 사야 한다”며 “새 휴대폰을 사라”고 권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고 휴대폰을 구매하러 오는 소비자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최근 중고 휴대폰을 구매하려다 마음을 접은 최(29) 모씨는 “대리점에서 사는 게 인터넷으로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동통신사가 중고 휴대폰을 파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KT 대리점에서는 “두 달간 중고 물건이 단 두 대 있었고, 그 중 하나를 팔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SK 매장 직원은 “제도가 있어도 사는 사람이 없으니까 물건도 들일 필요가 없다”며 “사실상 제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