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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수첩>호텔신라 주가 알고싶으면 신라면세점에 가봐라
[헤럴드경제=안상미기자]전설적인 투자자 피터린치는 투자 결정에 있어 통화량이니 금리니 하는 복잡한 수식은 잊으라고 했다.
눈에 보이는 일상생활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았다. 마트에 다녀온 아내가 무슨 무슨 스타킹이 요즘 여자들 사이에 인기가 있다는 말에 그 회사 주식을 샀을 정도다.

최근 증시에 소리없이 강한 종목이 있다. 바로 호텔신라다. 삼성전자 상승세에 묻혔지만 호텔신라 역시 올들어 연일 사상최고가 행진을 지속중이다. 상승폭으로 따지면 연초 이후 호텔신라가 43%로 삼성전자 33%보다 더 가파르다.
자연히 밸류에이션도 높아졌다. 호텔신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이미 20배를 넘어서며 코스피지수(PER 10배 미만)를 크게 웃돈다.

현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얘기인데 면세점에 가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주말 들러본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본점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모두 중국인들이었다.
사람만 많은게 아니다. 중국 관광객의 구매력은 한때 국내 면세점을 주름잡던 일본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다.
지난 1분기 면세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0%나 급증했다.

중국인이 가장 선호한다는 루이비통 매장은 지금의 호텔신라 주가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그들은 가격도 묻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가방이 있으면 손가락으로 여기 저기를 찍으며 달라고 하더니 그냥 카드를 내민다.

같이 간 친구에게 “저 사람들은 가격도 안 물어보나봐”라고 귓속말을 했더니 판매 직원이 한마디 거든다. “중국분들은 가격을 잘 물어보지 않아요. 마음에 드는 모델이 없어 못 팔지, 물건만 있으면 3000달러건 4000달러건 별 신경 안 쓰세요.”
쓸어담는다는 표현이 딱 적당했다. 한 중국인 아주머니가 옆에서 기다리는 폼을 보니 그렇게 많이 사고도 친구가 보고 있던 가방마저 사겠다고 노리는 것이 분명했다.

지난해 기준 해외로 나간 중국인들은 6000만명 안팎이다. 이중 200만명이 한국에 왔으니 그 비중이 4%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호텔은 방이 없어 난리고, 면세점은 발 디딜 틈이 없다.
한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더 올리기 위해서 2013년 실적까지 끌어다썼는데,향후 성장성을 볼때 밸류에이션만으로 가치를 판단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을 보면 호텔신라의 주가는 싸다. 반면 주식의 기본 밸류에이션 잣대인 PER로 보면 비싸다. 몇 년뒤 어느 잣대가 더 맞을지 궁금해진다.

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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