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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K9 승부수 던진 정몽구...9년만에 목표는 수출에서 명차로
[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저녁 6시 행사였지만 정몽구(75) 현대차그룹 회장은 약 1시간 일찍 도착했다. 서울 하얏트 호텔에 마련된 행사장을 한바퀴 둘러 본 그는, 곧바로 입구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리가 좀 아프긴하다. 행사장을 왔다갔다 했더니 더 그렇다”면서도 그는 40분 가까이 그 자리에 서서 손님을 맞았다.

무대에 올라가서도 직접 차를 소개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게는 K9 운전석에 앉아 볼 것을 권했으며,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에겐 보닛을 열어 엔진룸 내부를 짚어가며 설명했다. 신 기술이 적용된 LED 헤드램프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재계 서열 2위, 글로벌 자동차 업계 5위의 대기업 오너 정 회장에게 도대체 K9은 어떤 차일까. 평소 “차가 더 부각 돼야 한다”며 신차 발표회 참석을 자제했던 그이다. 정 회장이 현대ㆍ기아차 신차 발표회에 참석하는 것은 2009년 에쿠스 이후 3년 2개월 만에 처음이며, 기아차의 경우엔 2008년 쏘울이 가장 최근이다.

다소 상기된 표정의 정 회장에게 소감을 묻자 “K9을 여러번 타봤다. (기아차가) 이 정도 기술력을 갖추게 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는 답이 돌아왔다. 쟁쟁한 수입차들이 즐비하고, 결국 고객들이 평가를 하겠지만,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사실 K9은 ‘글로벌 명차와 경쟁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차를 만들어 보라’는 정 회장의 열정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년전까지 ‘바퀴 달린 냉장고’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던 현대ㆍ기아차. 하지만 정 회장이 ‘품질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연평균 10% 성장을 거듭해, 마침내 2010년 글로벌 5위에 당당히 올라섰다.

이제 정 회장은 양적성장을 넘어 질적성장에 역점을 두고 있다. 중소형차 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대형차와 프리미엄차로 글로벌 명차들과 승부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 공략을 더 강화해 최근 점유율을 끌어 올리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공세에 놀란 유럽 현지 자동차 업체들이 한ㆍEU FTA 재개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주 브뤼셀에서 대책회의를 벌인 것도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다.

지난 2003년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K9의 전신 오피러스의 신차 발표회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정 회장은 “전략형 모델인 오피러스로 수출에 주력하겠다”고 자신했다. 꼬박 9년 만이다. 전날 정 회장은 “좀더 두고 보자”는 단서를 달긴했지만, K9으로 사실상 글로벌 명차와의 경쟁을 선언했다.

sonamu@heraldm.c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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