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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상 시작했지만 신중하게…현정부내 타결은 어려울듯
한·중 FTA 협상개시 공식 선언
中내수시장 선점 필요성 대두…정부 소극적 입장서 선회

“대선 등 양국 정치일정 고려
농업분야 조율도 필요
이전 FTA보다 오래걸릴듯”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상의 큰 그림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지난 2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한ㆍ중 FTA는 동아시아의 정치ㆍ경제ㆍ외교ㆍ안보에 일대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변화하는 국제 정치ㆍ경제질서 속에서 미ㆍ중 간 패권경쟁이 교차하는 핵심 지역이 동아시아이기 때문이다.

한ㆍ중 FTA에 대해 그동안 중국은 적극적이었고, 한국은 소극적이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이 참여키로 한 것을 ‘미국의 대중국 고립화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한ㆍ중 FTA를 서둘러왔다. 

반면 한국 정부는 경제영토 확장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우리 정부가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은 지난 3월 있었던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이후였다.

중국은 올해 전인대에서 ‘내수 확대를 통한 온건한 성장’을 국가 발전의 핵심전략으로 내걸었다. 중국의 내수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한ㆍ중 FTA 협상 개시 선언이라도 서두르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신중하게 협상에 임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180도 바뀐 건 아니다. 현 정부 내에서 협상을 마무리짓겠다는 생각도 없어 보인다. 일단 시작은 하되 다음 정부가 마무리하도록 길을 터놓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편집ㆍ보도국장과의 토론회에서 “한ㆍ중 교역규모가 올해 2500억~2600억달러로 예상되고, 내년에는 300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하지만 한ㆍ중 FTA를 하면 농업과 토착 제품은 타격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1%를 희생하며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 정부에서 무리하게 협상을 마무리하진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는 두 나라 모두 민감한 정치 일정이 있고, 농업 분야 등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체결까지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며 “유럽과 미국의 경우는 오랫동안 많은 대화를 나눠왔던 것에 비해 중국과는 지난해부터 논의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전 FTA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일 한ㆍ중 양국은 FTA 협상을 2단계로 나눠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1차 협상에서 일반품목군과 민감품목군을 나눠 협상하되, 진척이 없으면 2차 협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FTA 협상에는 없던 내용이다.

한국은 중국이 가격우위를 갖고 있는 농수산물을, 중국은 한국의 경쟁력이 월등한 자동차ㆍ석유화학 제품을 민감품목으로 구분해놓고 관세 철폐 시기를 최대한 늦춘다는 계획이다. 이 부분에 대한 양국의 양보가 없으면 사실상 한ㆍ중 FTA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난관을 극복하고 한ㆍ중 FTA가 체결되면 한ㆍ미와 한ㆍ유럽연합(EU) FTA에 버금가는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우리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특히 대외 교역규모는 3조6000억달러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과 FTA를 체결하면 한국 경제는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가 되고, 경제영토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0%로 확대된다.

기획재정부는 한ㆍ중 FTA 체결 후 우리나라의 실질GDP는 발효 후 5년에 0.95~1.25%, 10년에 2.28~3.0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고용은 발효 후 5년에 19만~25만명, 10년에 24만~33만명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한ㆍ중 FTA 체결 없이는 중국의 수출 의존형 성장에서 내수 주도적인 성장으로의 전환에 따른 가공무역 감소와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며 “국민 후생 증대,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최대화하고 민감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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