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뒤 제2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내놓을수도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한달간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삼성가 재산상속 소송 국면을 뒤로한채 글로벌경기 위기의 진앙지인 유럽에서 신경영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떠나기전 그는 두가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소송과 관련해 토해냈던 격한 발언에 대해 “죄송하다”는 것과 “소송은 전문가에 맡기고 삼성 키우기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억울하고 섭섭한 일이야 많았지만 소송에 발을 자꾸 발을 들여놓는 것은 재계 대표 아이콘과 글로벌삼성 이미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자, 자중모드 속에서 유럽에서 삼성의 새길을 찾는데만 진력하겠다는 뜻이다.
유럽 출장길은 예고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 회장은 기자들과 만났을때 “내년쯤 유럽 출장을 가겠다”고 했다.
다만 유럽행 의미는 간단치 않다. 유럽은 삼성전자의 캐시카우다. 미국 못잖다. TV, 휴대폰 등 주력사업도 몇년전부터는 유럽에 전념하다시피 하고 있다. 수치가 입증한다. 유럽은 삼성전자 글로벌매출에서 20%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유럽의 위기는 끝나지 않고 있고, 전문가들은 유럽 상황을 당분간은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이같은 유럽에서 한달간 보내는 것은 ‘위기 속에 해답이 있다’는 생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유럽을 직접 눈으로 둘러보겠다”고 한 것은 뭔가 제2 유럽공략 구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와 다름이 아니다. 지난 3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제네바 모터쇼에 참석, 위기 진앙지에서 역발상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건희의 유럽 역습’ 프로젝트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회장의 유럽행에 업계도 관심을 갖는 것은 유럽과 그의 ‘궁합’과도 밀접하다.이 회장은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선언을 하면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폭탄선언을 했다. 2005년엔 밀라노 가구박람회를 촘촘이 둘러봤고, 이듬해 ‘디자인 경영’ 선언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3일 “이 회장이 소송국면에서 단순히 머리를 식히러 유럽에 가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한달뒤 큼직한 경영구상 보따리를 챙겨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도 “자세한 일정은 모르지만 스페인을 들러 유럽 중요 지역을 거의 방문할 것으로 본다”며 “사업 보고도 받고, 많은 지인들을 만나는 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스페인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최대 수요처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확실한 것은 이 회장이 해외나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허투루 흘리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가 귀국하는 4주뒤면 소송은 법정다툼이 본격화돼 있을 시점이다.소송 현안을 잠재울만한 메가톤급 화두, 즉 제2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공개할 확률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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