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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년’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온 이유는 뭘까?
[헤럴드경제=서상범기자] 1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에 수상한(?) 여성들이 나타났다.

화려한 화장, 짧은 반바지 차림의 6명의 여성들은 수백명의 사람들 앞에서 마이클 잭슨의 ’they don’t care about us’(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는다)에 맞춰 춤을 췄다. 노래가 끝날 무렵 그녀들은 상의 안에 숨겨놨던 브래지어를 꺼내 던지고 킬힐도 벗어던졌다. 짙은 화장마저 지운 그들은 브래지어를 연결해 만든 끈으로 줄넘기를 했다. 스스로를 ‘잡년’들이라고 소개한 그녀들에게 사람들은 환호를 보냈다.

여성운동단체인 ’잡년행동(슬럿워크 코리아)’ 활동가들의 퍼포먼스였다.

이날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가 주최하고 50여개 단체들이 참가한 ’general strike’집회에서 그녀들은 ’젠더파업’이라는 의제를 걸고 여성으로서의 자유로울 권리를 주장했다. 자신을 이름이 없는 활동가로 소개한 A씨는 “자유롭게 벗을 권리가 아닌 어떤 옷을 입더라도 성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기획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또 A씨는 “야하게 입지말라는 요구는 반대로 말하면 야한 여자는 당해도 싸다라는 의미”라며 “야하게 옷을 입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며 남성뿐 아니라 다른 누구에 의해서도 억압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부장적 남성중심문화에 대해 자유로울 권리를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활동가 이안씨는 “여성에게 강요됐던 꾸미기, 즉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어야 대접을 해주는 가부장적 강요를 거부한다”며 “외모를 스펙으로 여기고 그에 대한 차별이 비일비재한 현실을 고쳐야 하고 이것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해당되는 불합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이안씨는 “언론은 우리의 행동을 그저 눈요기감으로 생각한다”며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기위한 시위를 또 대상화하는 악순환에 질렸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지금 현장에 나온 기자들은 죄다 카메라를 바짝 대 노출에만 관심을 보이고 퍼포먼스의 맥락과 뜻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1회성 관심을 끌기 위한 것도, 남녀간의 분쟁을 조장하기 위한 것도 아닌데 흥미거리로 만들어 버리는 일부 언론에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잡년행동은 지난해 7월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반대운동 슬럿행진을 차용한 이후 계속해 여성 성폭력 사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등에 대해 활동해온 여성단체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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