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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날 갑자기 내 교통카드에 43억이 들어왔다면…“마음대로 빼 쓰다간 횡령죄”
어느날 갑자기 내 교통카드에 43억이 들어왔다면…
눈 먼 돈이, 그것도 43억원이라는 거액이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교통카드 계좌에 입금됐다면 이건 행운일까 불행일까. 결론부터 보자면 좋을게 하나도 없다.

자기 돈이 되지도 않을뿐 더러 두 달 넘게 정신없이 은행을 왔다 갔다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A(24ㆍ프리랜서) 씨의 대구은행 선불교통카드에 42억9497만원이 입금됐다.  일단 기분은 좋다. 순식간에 부자가 된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A 씨는 불안해진다.

행여 모 기관이나 거물급 인사의 비자금일 수도 있다. 범죄 수익금을 자신도 모르게 넣어놨을 수도 있다.

거액을 입금시켜 놓은 뒤 자신을 납치ㆍ유괴해 돈을 찾도록 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아무리 큰 돈도 불행의 씨앗이다.

A 씨는 그래서 대구은행에 정확한 사고원인을 의뢰했다.

대구은행 측은 두 달째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A 씨는 “은행 보안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지만 대구은행 측은 아무런 답변도 해주지 않고 있다”며 “대구은행의 터무니없는 일처리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A 씨는 조사기간이 길어지자 사고원인 파악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지난달 13일 본인의 교통카드를 대구은행 본점 이 차장에게 전달했다.

이후 10여일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A 씨는 “카드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차장으로부터 “카드에 구멍을 뚫어서 이미 사용할 수 없다. 마그네틱도 다 분해해서 돌려주기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A 씨는 “깔끔하게 처리해줄 것 같이 말해 믿고 카드를 건넸는데 오히려 고객의 동의도 없이 카드를 못 쓰게 구멍을 뚫었다고 하니 황당했다”며 “카드를 건넬 때도 외부에 누설하지 말라고 강조해 모든 게 미심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지난 3월 29일부터 최근까지 수 차례 본점 측에 연락을 했다. 조사가 지연돼 다른 금융기관에 의뢰하겠다고 하자 자사 은행만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구은행 측은 이렇다할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은행 본점 이모 차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카드를 훼손한 건 사실”이라며 “안테나칩을 봐야 해서 마그네틱을 분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추측이지만 카드 사용 중 칩이 깨져 금액이 잘못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43억원이 교통선불카드에 있다고 해서 A 씨는 행복하지도 않다.

42억9000여만원을 카드에서 빼는 순간 A 씨는 ‘횡령죄’ 적용을 받는다. 자신의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A 씨는 “내 돈도 아닌데 계좌에서 돈을 빼는 것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무슨 범죄에 연루된 것 같아 기분만 좋지 않을 뿐”이라고 한숨지었다.

불명확한 조사 결과 통보 등과 함께 대구은행이 A 씨의 선불교통카드를 사전동의 없이 구멍을 뚫고, 마그네틱을 훼손한 것에 대해 한 변호사는 “고객의 동의 없이 고객의 카드를 훼손했다면, 손괴죄 적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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