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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해소동 빈집털이범 마음 돌린 경찰의 한마디는?
경찰, “인생 망칠셈이냐” 담배 건네며 설득
절도범, “제 친구랑 통화 좀 해보실래요 형사님”
2시간 대치 끝, 칼 내리고 순순히 체포 응해

[헤럴드경제=서상범기자] 빈집털이 현장을 덮친 경찰앞에서 흉기로 자해하겠다고 위협하던 빈집털이범이 경찰의 끈질긴 설득 끝에 붙잡혔다.

26일 오후 8시께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를 범행대상으로 선택한 A(41)씨는 5층높이의 건물을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한 가정집으로 침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A씨의 범행행각은 가스관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목격한 한 시민의 신고로 어긋나기 시작했다.

신고를 접수한 서울 송파경찰서는 즉시 현장으로 강력팀 형사들과 지구대를 출동시켰다. 수색을 시작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경찰은 빌라 5층의 가정집에서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바로 옆 건물 옥상으로 뛰어내려 건물 가정집의 주방 유리창을 깨고 침입했다. 이재철 송파경찰서 강력팀 경사도 곧바로 A씨의 뒤를 쫓아 몸을 날렸다. 어두운 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추격전은 곧바로 대치전으로 바뀌었다. A씨가 들어간 집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궁지에 몰린 A씨가 베란다에 몸을 걸친 채 흉기로 자신의 목을 겨눠 자해하겠하며 경찰들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 자칫하다간 A씨가 4층 높이의 베란다에서 떨어지거나 자신의 목을 찌를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상황이 심각해진 오후 9시, 민갑룡 송파경찰서장과 이병국 형사과장이 도착해 현장지휘를 시작했다. 이병국 송파서 형사과장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라고 판단하고 이재철 형사를 통해 A씨를 최대한 진정시킬 것을 주문했다. 동시에 119 협조를 얻어 건물주변에 에어매트를 깔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다.

근무경력 15년의 베테랑 형사인 이재철 형사는 칼 끝을 자신의 목에 겨누고 다가오면 죽어버리겠다고 위협하던 A씨에게 “진정하라. 단순한 범죄로 인생을 망칠 셈이냐”고 설득했다. 시간이 지나자 이 형사의 계속된 설득에 흥분했던 A씨도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형사는 A씨에게 “담배 한 대 피우고 이야기 좀 해보자”며 자신의 담배를 건넸다. 담배를 피고 난 후 A씨는 자신의 친구랑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친구와 통화하는 A씨에게선 더 이상 위협적인 절도범의 강인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과 대치중인 상황을 친구한테 얘기하던 그는 “OO야, 나 나쁜 놈 아니라고, 정말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이렇게 된거라고 형사님한테 말좀 해줘”고 부탁했다. 그리곤 휴대폰을 이재철 형사에게 넘겼다. 이 형사는 A씨 친구 이야기를 통해 절벽에 몰렸던 A씨의 상황에 대해 알게 됐다.

2시간쯤 흘렀을까. A씨는 오후 11시 6분 드디어 칼을 내려놓고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경찰서로 행한 그는 그동안의 어려움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A씨는 전과 6범으로 지난해 8월 교도소 복역을 마치고 세상에 나왔지만 세상은 제소자를 받아주지 않았다. 배운게 도둑질이었다. 그는 다시 ‘절도’에 나서게 됐다. 그러다 올해 3월 수원에서 저지른 절도로 검거돼 재판을 받게 됐다. 변호사 비용이 필요했다. A씨는 “변호사 비용을 마련해야 했다. 절박했다”며 다시 범행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경찰은 27일 A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병국 형사과장은 “A씨의 사정이 딱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선량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면서 “A씨가 이번 일을 계기로 새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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