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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청년들 대학 기피…성장까지 위협
4년제 공립대 졸업자 절반…평균 2만2000弗 빚더미
“빚 갚으려면 20년 일해야”

졸업장 받아도 구직 어려워…“학사증보다 마사지 자격증”
세금공제·학자금 대출 등…복잡한 정부지원 절차도 문제



미국 역사를 통틀어 자녀가 부모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았던 추세는 이제 더 이상 ‘팩트’가 아니게 됐다. 젊은 층이 대학 입학과 졸업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연해서다. 천신만고 끝에 학위를 받고 대학 문을 나서더라도 등록금을 충당하느라 빚진 수만달러에 삶을 저당잡히기 싫다는 것이다.

25~34세 미국인의 학사학위(2년제 포함) 취득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것은 30년 전 옛날 얘기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미국은 더 이상 번영을 구가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 ‘대학 나와야 잘산다’ 이젠 안 통한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하버드대 클로디아 골딘 교수와 로런스 캇즈 교수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미국 내 학력상승 둔화의 영향이 고용시장에 광범위하게 미치고,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골딘 교수 등은 1876년부터 최근까지 미국인들의 교육기간을 추적한 결과 1955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30세였을 때는 부모보다 2년 더 교육받았지만, 1980년생이 30세가 됐을 때는 불과 8개월 더 교육받는 걸로 집계했다. 교육기간 감소는 젊은 층의 일자리와 수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로 나타났다. 올 3월 기준으로 고졸자의 실업률은 8%에 달해 대졸자(4.2%)의 배였다. 학사학위 취득자의 평균소득은 고졸자보다 45%나 많았다.

젊은 층이 일부러 덜 배우려는 건 아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매리 브라운(25ㆍ여)은 대학 졸업장을 받고도 취직이 안 돼 고생하는 친구들을 보고 지역 전문대에서 마사지치료사 자격증을 따는 ‘우회로’를 택했다. 그는 “일하는 법을 가르치는 대학을 찾았지만, 내가 원하는 경력과 상관없는 수업을 큰돈 내고 들으라는 곳뿐이었다”고 대학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25~34세가 학사학위를 딴 비율<그래픽 참조>은 40%대 초반으로, 55~64세와 엇비슷하다. 한국 젊은 층의 학위 취득 비율이 60~70%가량인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골딘 교수는 “국가의 부는 지하자원이나 물적자본이 아니라 인적자본에 달렸다”며 미국의 현상을 우려했다.

▶오바마 “대졸자를 늘리겠다” 선언했지만…=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황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다. 그는 최근 “2020년까지 미국은 다시 한 번 세계에서 대학 졸업자 비율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미 대학협의회에 따르면 4년제 공립대 졸업자 가운데 55%는 평균 2만20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이 같은 학생 부채의 총액은 2009~2010년 미국인의 신용카드 빚 총액을 넘어서고 있다. 연방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혜택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교를 중퇴한 뒤 아르바이트로 시간당 12달러를 벌고 있는 알렉스 가비치(21)는 “나중에 조경사업을 할 것”이라며 “대학 다니면서 빚을 지고, 취직해서는 그걸 갚으려고 20년간 일해야 하는 현실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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