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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화폐 경제에 반기를 들다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지역품앗이 ‘한밭레츠’의 회원인 의사 나씨는 주부 김씨를 진료하고 현금이 아닌 공동체 화폐로 3000두루를 받았다. 나씨는 유치원 교사인 장씨에게 아기돌보기 품을 5000두루에 샀다. 이들은 현금이 아닌 ‘두루’라는 자체 화폐를 이용해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한다. 지폐와 동전이 없는 사회, 소설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동전과 화폐가 통용되는 현 경제구조에 새로운 공동체 화폐를 사용, 재산증식의 용도로 변질된 화폐의 쓰임에 문제를 제기하며 화폐 원래의 교환가치로 환원하자는 지역사회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26일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자공공포럼’에 발표자로 나선 김성훈(40) 한밭레츠 대외협력실장은 “지역통화운동은 지역 주민 스스로 발행하는 이자 없는 돈 만들기라는 차원에서 시작됐다”며 “교환을 통한 인간적 교류를 강화하고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재능기부(프로보노)의 형태를 포함하고 있다. 그는 “때문에 영원히 사라질 수 있는 개인의 기술과 재능을 충분히 활용하고 공유함으로써 지역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가 26~27일 영등포구 영등포동 센터 강당에서 열고 있는 ‘자공공포럼’에서 김성훈 한밭레츠 대외협력실장과 이쿠마 사카 ‘Earth Day Money’ 대표가 공동체 화폐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같은 공동체 화폐 사용 운동은 이미 국내에서도 10년 이상 전개돼 왔다. 2000년부터 시민사회와 일부 지방자치단체 등을 시작으로, 은평구, 노원구, 양천구, 강서구, 광진구, 도봉구 등 6개 자치구에서 운영되고 있는 ‘서울e-품앗이’ 사업과 성미산 생협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성미산의 경우 생협 조합원들은 입지 않는 옷을 바자회나 물물교환센터에 내 놓고 500~1000두루를 받는다. 이 두루를 직거래로 판매되는 농수산물을 구입하는데 사용한다. 비단 물건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제공한 서비스에 대해서도 두루를 받을 수 있다. 돈이 없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제공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사는 지역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실장은 “지역화폐 운동은 우리 삶에서 너무나 커져 버린 돈의 가치를 줄여가는 취지의 운동”이라며 “돈보다 사람과 공동체를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운동을 널리 알리는 한편, 화폐가 통용될 수 있는 ‘장’이 필요한 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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