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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 대선앞두고 또 터진 광우병과 촛불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감성적으로 어떻게 튈지 몰라 곤혹스럽다”

미국 젓소 한 마리에서 발생된 광우병이 또 다시 정부를 괴롭히고 있다. 질병 발생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 통상 외교의 현실과 합리적 대처 방안은 안중에도 없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여야를 떠나 무조건 수입 중단만을 외칠 뿐이다.

27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학적 분석 없이 수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되는 데, 이런 사실을 대놓고 이야기 할 수 없어 곤혹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광우병이 발견됐다는 외신 보도 한 줄에, 정치 공세에 나선 정치권을 바라보는 관료의 답답함이다.

물론 정부도 잘한 것만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물 만난듯 공세를 퍼붓고, 여기에 자칭 ‘시민단체’들이 가세해 또 다시 대규모 도심 점거 시위를 벌이겠다고 나서는데는 정부의 잘못된 대처도 한 몫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부도 초등 대응을 못했다. 어제 아침 사안이 터졌을 때 단계별로 착착 진행했으면 됐는데, 무턱대로 검역중단 검토를 말해 국민 눈높이만 저만치 높혀놨다”고 어제 오늘의 말바꾸기 잘못을 인정했다. 또 “2008년에 사정이 급하다 보니 과장되게 광고했던 부분도 있고, 미국측에 맞춰 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 출범 초기 촛불 시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신없이 떠밀려 했던 일들이, 4년만에 부매랑으로 돌아왔다는 자조다.

전날 강도높은 논평으로 국민의 눈높이만 높히는데 한 못 했던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철저하게 확인해서 수입중단도 검토하라”는 야당같은 논평을 냈던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나도 지금 정확한 미국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 미국에 있었을때 맨날 쇠고기 먹었는데 (멀쩡하다)”라고 답답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만약 사태가 심각하다면 정부도 또 다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아직 더 봐야 한다. 다만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필요하다”고 정부의 난감함도 심정적으로 이해했다. 다만 익명으로 하는 하소연일 뿐, 자신있게 나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불안을 해소하는 정치인의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 만난 일부 시민단체는 다음달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촛불 집회를 예고했다. 2008년 같은 비 이성적 상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게 정부와 정치권의 예상이지만, 대선을 앞둔 일부 정치인들이 여기에 적극 가세한다면, 이 예상은 빗나갈 수 있다. 질병 통제와 예방 수준의 발전 등에 대한 합리적, 과학적 사실을 선동적 구호가 대체하고,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가 사실처럼 나도는 4년전 사태가 재발할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다.

정치권은 오는 1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현안 질의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국회 선진화법을 놓고 서로 으르렁 거리는 와중에도, 민생 현안에 대해 발빠르게 나서는 태도는 일단 박수 받을 일이다. 이제 정치권에 남은 과제는 선명성 부각을 위한 호통과 고함, 막무가네식 주장이 아닌, 사태의 진실을 국민에게 객관적으로 알리고 합리적 대안을 찾는 일이다. 이것이 여야 모두에게 ‘합리적인 수권 정당’으로 12월 대선을 통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능력을 대다수 조용한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지름길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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