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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만년전 환경에 맞춰진 인간 DNA…‘발생’은 조작이 가능하다?
문명은 나날이 진보한다지만 과연 인류는 진화하고 있을까? 인간은 환경을 제어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환경에 따라 유전자를 바꾸기보다 유전자에 맞도록 환경을 바꿔왔다. 인류에게 진화의 잠재력은 남아 있지만 선택압이 크게 완화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적 진화의학자이자 발생생물학자인 피터 글루크먼과 마크 핸슨이 함께 쓴 ‘문명이 낯선 인간’(김명주 옮김/공존)은 문명의 변화와 생물학적 적응 사이의 ‘어긋남’을 분석한 저서다.

급속한 변화에는 늘 대가가 따른다.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이에 불과한 청소년의 일탈, 길어진 수명 탓에 노년병에 시달리는 노후 등 질병과 사회문제는 이러한 어긋남 때문에 발생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1만년 전 환경에 맞춰 선택된 데 반해 인류는 21세기를 살고 있다. 저자는 이를 ‘미스매치 패러다임(mismatch paradigm)’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어긋남을 바로잡을 방법은 없는가? 생물학적 설계의 밑절미를 이루는 것은 유전자다. 하지만 유전자 결정론을 따르면 ‘어긋남’을 해소하기 위해 유전자를 바꾸거나 진화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이에 저자는 ‘발생’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발생은 닫힌 과정이 아니며 발생 초기, 태아 시기, 출생 이후 적절한 중재를 통해 예상되는 문제들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생 초기 환경을 통제함으로써 특정 유전자의 발현 여부와 정도를 조절하는 DNA 스위치를 조작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물론 이러한 후성유전학 연구는 아직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완벽한 처방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스매치 패러다임’은 질병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틔워주며 맞물림의 여러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진화론, 생태학, 의학, 사회학 등을 아우른 통섭이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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