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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돈나 미니어처’는 없다…‘레이디 가가’ 스타일
[헤럴드경제=박동미 기자]27일 내한공연을 앞두고 깜짝 입국한 팝스타 레이디 가가(26)가 연일 화제에 올랐다. 길고 흰 드레스로 한국팬들에게 ‘가가 스타일’ 살짝 선보이더니, 서울 강남의 한 요가학원에서 휴식을 취했다. 공연이 열릴 올림픽 주경기장에 가서 ‘인증샷’도 찍었다. 마치 최근 마돈나와 니키 미나즈가 새로운 음반과 패션, 그리고 향수 론칭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동안 라이벌인 그녀는 오로지 월드투어 ‘본디스웨이볼(Born This Way Ball)’이 시작되는 서울행만 꿈꿨던 모습이다.

가가의 일거수 일투족이 매일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동안 전 세계 팬들은 무엇보다 그녀가 무엇을 입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생고기 드레스, 고슴도치 복장, 거대한 민들레씨 모자, 왕눈이 눈화장, 검은색 립스틱, 미키마우스 패션 등 익히 알려진 그 기괴하고 기발한 패션 명성에 무엇을 더 쌓을지 궁금하기 때문.

흔히 ‘배드테이스트(Bad Tasteㆍ악취미)’라고 불리는 가가의 스타일에 어떤 특별한 의미와 철학이 있을까. 그녀는 왜 그렇게 입는 걸까. 



▶엽기와 파격…레이디 가가 패션코드 있다, 없다?= 가가의 패션은 스타일이 다양한 만큼 반응도 제각각이다. 환호가 나오기도 하고, 뒤통수를 맞은 듯 띵하기도 하다. 고개가 끄덕여질 때도 있지만, 물음표로 끝나는 의상도 많다. 여기에 ‘싫다’ ‘좋다’가 아닌 ‘불쾌하다’는 의견도 따라온다.

뭔가 특별한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며 그녀의 패션코드와 철학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계속돼 왔지만, 그녀는 “옷은 나의 내면일 뿐”이라고 말하며 정답을 마음속 깊이 묻어버렸다.

2010년 MTV 시상식에서 가가가 생고기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을 때 각 분야의 학자가 “고기 먹는 사람들의 위선을 비판했다” “여성의 성상품화를 비난했다” 등 여러가지 그럴듯한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가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아무 생각없이 그랬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가가는 때로 아주 명확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때도 있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한 시상식에서는 ‘헤어(Hair)’라는 노래를 부르며 머리카락 색과 같은 파란 형광색 겨드랑이 털을 드러냈다. 이때 수많은 사람은 여성에게 금기시되는 사회적 편견에 저항하고 있다며 가가를 칭송했다.

그녀가 기괴한 옷에 유난히 집착하는 것에 대해 어린시절 원만하지 못한 친구관계가 원인이라는 ‘왕따설’도 있는데, 이는 카멜레온처럼 기상천외한 그녀의 스타일 변신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상상해도 소용없어”…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히 계산= 옷 그 자체의 코드와 메시지는 차치하고 가가의 패션은 늘 추측이 불가능하다. ‘보통사람’이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입을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난다. 그저 기다리고, 보고, 놀라면 된다. ‘상상 그 이상’의 짜릿함을 선사하기 위해 사실 그녀는 엄청나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계산한다.

지난 20일 ‘깜짝 입국’ 때의 스타일이 그렇다. 가가는 가슴과 등이 과감하게 파인 흰색 긴 드레스에 진주 가면을 쓰고 나타났다. 런웨이나 레드카펫에서나 볼 법한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가면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모습은 또다른 의미에서 ‘충격’이었다. 생고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접시 머리 정도는 나올 줄 알았던 한국팬들의 천편일률적 기대를 비켜갔기 때문. 지난해 ‘보이드오브커스(Void of Course)’의 홀터넥 드레스를 입고 미식 축구경기를 볼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패션전문가들은 가가의 ‘공항패션’에 대해 “자신의 공연에 ‘18세 미만 관람 금지’ 판정을 내린 한국 사회를 고려해 거부감 없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렇게 철저한 ‘스타일 셈’이 가능한 데는 ‘더하우스오브가가(The House of GaGa)’라고 불리는 그녀만을 위한 스타일팀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 가가는 곡 구상 단계부터 무대의상과 머리모양 그리고 주력 이미지까지 전략적으로 기획한다. “옷을 입기 위해 노래한다”는 가가의 예술철학과 맞닿아 있다. 



▶악기가 된 레이디 가가, 자신의 ‘몸’을 연주하다=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한치의 오차도 없는 가가의 패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관성 있게 흐른다. ‘겨털(겨드랑이털) 패션’에서 보여준 ‘깔맞춤(색깔맞춤)’이 좋은 예.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온 몸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머리도 고생스럽다. 온갖 종류의 망사를 뒤집어 쓰는 건 기본. 얼굴보다 큰 리본이나 접시모양을 하기도 한다. 이미 전화기가 올라간 적 있는 그녀의 머리에 이번엔 피아노 건반이 그 영광을 안았다.

서울에서 시작되는 가가의 월드투어를 며칠 앞두고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네 벌의 무대의상 스케치를 공개했다. 머리에는 건반, 어깨에는 바이올린, 가슴에는 기타를 ‘입었다’. 자신의 예술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늘 음악과 패션을 접목시켜온 가가가 이제 악기, 즉 ‘음악’ 그 자체가 됐다.

이에 대해 ‘우먼즈웨어데일리(Women’s Wear Daily)’를 비롯한 해외 언론은 “그녀가 서울에서 자신의 몸을 연주할 모양”이라며 의상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2010년 콘서트에 이어 또다시 가가의 의상을 전담한 아르마니는 “가가의 의상을 만드는 일은 매우 창조적이고 흥분되는 작업”이라며 “음악과 패션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화시키는 그녀를 존경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마돈나 미니어처? 이번에 한번 제대로 붙자= 제2의 마돈나, 혹은 마돈나 미니어처라는 수식어를 떼어버린 가가는 이제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 세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한 달 차를 두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월드투어를 시작하는 ‘대선배’ 마돈나와 음악ㆍ퍼포먼스뿐만 아니라 패션대결 구도까지 만들고 있다.

가가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마돈나는 장 폴 고티에르와 손을 잡았다. 두 팝스타의 무대 위에선 세계적 두 디자이너 간 자존심도 싸움도 함께 펼쳐지는 셈이다. 가가의 ‘개구리 패션’을 만들기도 했던 고티에르는 1990년 마돈나의 상징과도 같은 ‘고깔 브라’를 창조한 주인공이다.

어느새 50대 중반으로 접어든 ‘팝의 여왕’은 늘 충격과 화제를 몰고 다니는 어린 후배를 의식한 것 같다. 지방시의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만으로는 불안했는지 최고의 전성기를 함께한 고티에르에게 손을 내밀었으니 말이다.

가가, 마돈나, 아르마니, 고티에르 모두 지난 4월 초 타임 지가 선정한 ‘세계 패션 아이콘 100’에 선정된 바 있다. 

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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