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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체험ㆍ자연감상ㆍ역사탐방…경기도 연천을 가다
[헤럴드경제=박동미 기자]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 연천군. 마을 어귀에서 작전훈련을 펼치고 있는 무장군인을 쉽게 볼 수 있고 간간히 총포소리도 들린다. 뉴스에서나 보던 장갑차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고, ‘지금은 전쟁 중’이라는 군부대 앞 문구도 어색하지 않은 특수한 지역이다. 하지만 DMZ 인근 평화누리길을 걸으며 웅장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을 제공하는 곳이 또 연천이다. 선사시대 유적지를 통해 인류의 기원을 살펴보고, 고구려성을 방문해 삼국시대 역사의 한켠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자연관광…임진강 주상절리와 재인폭포=제주도 남부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연천에서도 만날 수 있다. 임진강변에는 약 1.5㎞가량 웅장한 주상절리(단면의 형태가 육각형이나 삼각형으로 긴 기둥 모양을 이루는 절리)가 분포한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흐르다가 바다나 강과 만나 식으면서 굳을 때 생겨난 지형으로, 미산면 동이리의 임진강 주상절리는 한눈에 보이는 길이만 1.2㎞다. 분단의 아픔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임진강이지만, 신비로운 주상절리와 맑은 물이 빚어내는 풍경은 세상 그 어느 곳보다 평화롭다.

연천군의 대표 관광지였던 고문리 재인폭포는 지난 여름 집중호우 때 계곡물이 역류하며 출입이 통제됐다. 한때 늪처럼 황폐해졌던 재인폭포는 현재 주말에만 임시로 개방되고 있다. 연 1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던 이 폭포는 한탄강의 한 줄기로 약 18m높이에서 물이 쏟아지며 비경을 만든다. 폭포 뒤편 산에는 사격훈련장이 있지만 하늘빛 폭포수의 울림에 총성도 멎어버린다. 하지만 재인폭포를 계속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탄강 댐 건설을 위한 설치물 때문에 지난 해처럼 물이 계속 역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천군의 한 관계자는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폭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재인(才人), 즉 ‘광대’라는 폭포명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 한 광대의 아내가 워낙 미인이라 고을 원님이 강제로 수청을 들게 했는데, 그녀가 원님의 코를 물고 달아나 ‘고문리’라는 지명이 생겼고, 화가 난 원님이 광대를 폭포에서 목매달아 죽여 ‘재인폭포’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안보체험…평화누리길과 열쇠전망대 철책선 산책길=경기도 최북단 DMZ 인근지역을 걷는 동안 펼쳐지는 풍경은 ‘평화누리’라는 이름과는 달리, 여전히 전쟁 중인 분단국가를 실감케 한다. 아무리 ‘걷기 열풍’ 이라지만 평화누리길에는 올레ㆍ둘레길이 주는 휴식은 없다. ‘피톤치드(phytoncide:나무에서 나오는 물질로 산림욕 효용의 근원)’를 들이마실 숲도 없다. 건강이나 안식을 위한 걷기체험은 다른 곳에서 찾도록 하자. 182.3㎞의 황량한 길을 하염없이 걷는 일은 ‘국토대장정’ 에 가깝다.

사적 제 223호인 숭의전에서 출발해 당포성과 동이리대대를 지나 임진강을 따라 총1.5㎞나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주상절리를 만난다. 잠시 대자연의 웅장함 속으로 빠지는 순간이다. 임진교와 북삼교를 지나면 겸재 정선(1676~1759)의 수묵화 ‘웅연계람’ 의 배경이 된 임진강변에 다다른다. 이 그림은 겸재가 66세 때 660년 전 소동파의 고사를 흉내내어 뱃놀이를 하고 그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두루미테마파크가 있는 군남홍수조절지에 도착하면 평화누리길도 끝난다.

평화를 염원하는 안보체험에서 열쇠전망대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998년 육군 상승열쇠부대가 북한 땅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건립했다. 전망대를 기점으로 철책선을 따라 1㎞ 남짓 걸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산책코스다. 초입에는 방문객들이 ‘소망 리본’을 매달아 놓았다. ‘고향이 그립습니다’,‘우리 아들 군대 안 가게 통일시켜 주세요’ 등 가슴을 울리면서도 재치있는 문구들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유적탐방…전곡 선사박물관과 고구려 3대성=빼어난 자연경관 감상과 안보체험 말고도 연천여행은 역사ㆍ문화교육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1978년 미군병사 그렉 보웬(BoWen, G)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전곡리 선사유적(사적 제 268호)에서는 지난 30여년 동안 17회 이상의 발굴을 통해 주먹도끼, 사냥돌, 긁개, 주먹찌르개 등 다양하고 종류의 석기가 출토됐다. 특히 동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주먹도끼는 서양 중심의 인류문화사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원시 생명체의 곡선을 차용해 건축된 전곡 선사박물관에서 세계 구석기 문화와 전곡리를 비교하며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 세계 동굴벽화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동굴모형과 직접 주먹도끼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학습장도 있다.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는 5월 4일부터 8일까지 닷새 동안 ‘전곡리 안의 숨소리’라는 주제로 구석기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벌써 20회째다.

또 고구려 3대 성인 호로고루성, 당포성,은대리성을 통해 삼국시대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연천을 가늠해 볼 수도 있다. 호로고루성은 고구려 기와조각이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곳으로, 삼국시대 역사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유적이다. 당포성은 당계샛강과 임진강 본류 사이 절벽 위에 돌로 쌓은 성으로, 신라가 점령한 후 개축한 흔적이 남아 있다. 내성과 외성의 구조를 지닌 은대리성은 동서로 400m, 총길이 1,005m로 3대성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한탄강과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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