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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주상절리·평화누리길 그리고 전곡 선사박물관과 고구려성…경기도 연천을 품어본다
주상절리와 맑은 물이 빚은 풍경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연천군
그 풍경만큼은 평화롭기 그지없네

전곡리 유적지서 잠시 걸음 멈추고
구석기시대 원시인의 숨소리 느끼며…

치열한 전투 현장 고구려 호로고루성
그 곳에서 삼국의 기상을 마신다


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 연천군. 마을 어귀에서 작전훈련을 펼치고 있는 무장군인을 쉽게 볼 수 있고 간간히 총포소리도 들린다. 뉴스에서나 보던 장갑차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고, ‘지금은 전쟁 중’이라는 군부대 앞 문구도 어색하지 않은 특수한 지역이다. 하지만 DMZ 인근 평화누리길을 걸으며 웅장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을 제공하는 곳이 또 연천이다. 선사시대 유적지를 통해 인류의 기원을 살펴보고, 고구려성을 방문해 삼국시대 역사의 한켠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자연관광…임진강 주상절리와 재인폭포

제주도 남부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연천에서도 만날 수 있다. 임진강변에는 약 1.5㎞가량 웅장한 주상절리(단면의 형태가 육각형이나 삼각형으로 긴 기둥 모양을 이루는 절리)가 분포한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흐르다가 바다나 강과 만나 식으면서 굳을 때 생겨난 지형으로, 미산면 동이리의 임진강 주상절리는 한눈에 보이는 길이만 1.2㎞다. 분단의 아픔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임진강이지만, 신비로운 주상절리와 맑은 물이 빚어내는 풍경은 세상 그 어느 곳보다 평화롭다.

연천군의 대표 관광지였던 고문리 재인폭포는 지난 여름 집중호우 때 계곡물이 역류하며 출입이 통제됐다. 한때 늪처럼 황폐해졌던 재인폭포는 현재 주말에만 임시로 개방되고 있다. 연 1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던 이 폭포는 한탄강의 한 줄기로 약 18m높이에서 물이 쏟아지며 비경을 만든다. 폭포 뒤편 산에는 사격훈련장이 있지만 하늘빛 폭포수의 울림에 총성도 멎어버린다. 하지만 재인폭포를 계속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탄강 댐 건설을 위한 설치물 때문에 지난해처럼 물이 계속 역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천군의 한 관계자는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폭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재인(才人), 즉 ‘광대’라는 폭포이름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 한 광대의 아내가 워낙 미인이라 고을 원님이 강제로 수청을 들게 했는데, 그녀가 원님의 코를 물고 달아나 ‘고문리’라는 지명이 생겼고, 화가 난 원님이 광대를 폭포에서 목매달아 죽여 ‘재인폭포’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임진강과 한탕강변을 따라 1.5km 가량 이어지는 웅장한 주상절리는 연천군 평화누리길의 백미다. 맑고 깨끗한 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낸다.

안보체험…평화누리길과 열쇠전망대 철책선 산책길

경기도 최북단 DMZ 인근지역을 걷는 동안 펼쳐지는 풍경은 ‘평화누리’라는 이름과는 달리, 여전히 전쟁 중인 분단국가를 실감케 한다. 아무리 ‘걷기 열풍’ 이라지만 평화누리길에는 올레ㆍ둘레길이 주는 휴식은 없다. ‘피톤치드(phytoncide: 나무에서 나오는 물질로 산림욕 효용의 근원)’를 들이마실 숲도 없다. 건강이나 안식을 위한 걷기체험은 다른 곳에서 찾도록 하자. 182.3㎞의 황량한 길을 하염없이 걷는 일은 ‘국토대장정’ 에 가깝다.

사적 제 223호인 숭의전에서 출발해 당포성과 동이리대대를 지나 임진강을 따라 총 1.5㎞나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주상절리를 만난다. 잠시 대자연의 웅장함 속으로 빠지는 순간이다. 임진교와 북삼교를 지나면 겸재 정선(1676~1759)의 수묵화 ‘웅연계람’ 의 배경이 된 임진강변에 다다른다. 이 그림은 겸재가 66세 때 660년 전 소동파의 고사를 흉내내어 뱃놀이를 하고 그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두루미테마파크가 있는 군남홍수조절지에 도착하면 평화누리길도 끝난다. 평화를 염원하는 안보체험에서 열쇠전망대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998년 육군 상승열쇠부대가 북한 땅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건립했다. 전망대를 기점으로 철책선을 따라 1㎞ 남짓 걸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산책코스다. 초입에는 방문객들이 ‘소망 리본’을 매달아 놓았다. ‘고향이 그립습니다’ ‘우리 아들 군대 안 가게 통일시켜 주세요’ 등 가슴을 울리면서도 재치있는 문구들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유적탐방…전곡 선사박물관과 고구려 3대성

빼어난 자연경관 감상과 안보체험 말고도 연천여행은 역사ㆍ문화교육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1978년 미군병사 그렉 보웬(BoWen, G)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전곡리 선사유적(사적 제 268호)에서는 지난 30여년 동안 17회 이상의 발굴을 통해 주먹도끼, 사냥돌, 긁개, 주먹찌르개 등 다양하고 종류의 석기가 출토됐다. 특히 동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주먹도끼는 서양 중심의 인류문화사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원시 생명체의 곡선을 차용해 건축된 전곡 선사박물관에서 세계 구석기 문화와 전곡리를 비교하며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 세계 동굴벽화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동굴모형과 직접 주먹도끼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학습장도 있다.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는 5월 4일부터 8일까지 닷새 동안 ‘전곡리 안의 숨소리’라는 주제로 구석기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벌써 20회째다.

또 고구려 3대 성인 호로고루성, 당포성, 은대리성을 통해 삼국시대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연천을 가늠해 볼 수도 있다. 호로고루성은 고구려 기와조각이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곳으로, 삼국시대 역사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유적이다.

당포성은 당계샛강과 임진강 본류 사이 절벽 위에 돌로 쌓은 성으로, 신라가 점령한 후 개축한 흔적이 남아 있다. 내성과 외성의 구조를 지닌 은대리성은 동서로 400m, 총길이 1,005m로 3대성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한탄강과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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