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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노벨상 수상자의 고백 “내가 노벨상 탈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oooo’ 덕”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건국대 석학교수 겸 199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루이스 이그나로 (Louis J. Ignarro) 미 UCLA 의대교수가 23~24일 서울 광진구 능동로 건국대 의생명과학연구원에서 고교생과 대학 학부생들과 점심을 같이 하며 과학연구와 노벨상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노벨 런치(Novel Lunch)’를 열었다.

지난 23일 선착순으로 선정된 서울 무학여고 학생 2명과 건국대 학부생 4명이 참여해 루이스 이그나로 교수와 점심 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눈데 이어 24일에는 대학원 석ㆍ박사 과정 학생 5명의 노벨런치가 진행됐다.

‘노벨 런치’에서는 노벨상 수상자의 학창시절과 공부, 노벨상 수상과 관련된 에피소드, 한국의 노벨상 수여 가능성, 과학 연구자의 자세 등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우수 연구성과를 내기 위한 과학도로서의 덕목과 창의적 연구를 위한 자질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그나로 석학교수는 산화질소(NO)가 혈관 확장과 혈액 흐름에 관여해 심혈관질환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3월 건국대 석학교수(University Professor)로 초빙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한설희-신찬영 교수팀과 함께 KU글로벌랩(KU Golbal lab)을 운영하며 뇌혈관 계통의 새로운 치료약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이그나로 교수는 화학과 생물학에 관심을 가졌던 어린 시절을 소개하며 “학문과 공부에는 동기부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대학교 때 동기 부여를 해줄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 현재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며 “교수진은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그나로 교수는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의 가족사를 이야기 하며 역경을 극복하는 열정을 강조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학교를 다니지 못해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셨다. 아버지는 영어로 말하지도 쓰지도 못하셨다”면서 “하지만 내가 좋은 교육을 받도록 격려해주고 동기부여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그나로 교수는 현재의 연구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어릴적 동물을 좋아해서 수의사를 꿈꿨다. 하지만 대학시절부터 기왕이면 ‘사람’을 공부하고 싶어 전공을 바꿔 연구에 매진, 세계적 석학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왜(why)’와 ‘어떻게(how)’라는 질문인데 사람들이 당연시 여기거나 사소한 의문도 궁금증을 갖고 물고 늘어졌다“고 회고했다.

학창시절 성적은 과학을 제외하면 이그나로 교수는 남들보다 우수하지 못했다. 머리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는 “흥미가 있는 분야를 포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그나로 교수는 “학창시절 머리가 좋지 않았지만 한 우물을 파듯 오랜 시간 연구에 몰두한 열정의 힘이 빛을 보게 됐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연구하겠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벨런치에 참여한 서울 무학여고 3학년 김채린 학생은 “흥미로운 분야를 찾기 위한 동기부여의 중요성과 고교와 대학 학부기간 동안에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공부를 하라는 말씀에 많은 공감을 했다”며 “세계적 석학과 함께 개인적 생각에서부터 과학연구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고 말했다. 과학교사가 꿈인 김 양은 “많은 어려움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연구한 열정에 감명받았다”며 “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건국대 생명과학 4학년 황지용 학생도 “학부생의 입장에서 최대한 다양한 과목을 섭력하고 다양한 공부를 해 앞으로 연구할 분야에 대해서도 ‘넓은 시야를 가지라’고 한 말씀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이그나로 교수는 이날 노벨런치에서 “미래에 연구를 할 때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협동”이라며 “각 학문 분야의 세밀화와 전문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 가지 연구에 여러 학문이 필요한 이 시점에 한 분야만은 어떤 성과를 이루기 어려우나 여러 분야가 합께 협동함으로서 한가지의 이론이나 결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동물생명공학과 2학년 곽태일 학생은 “어려운 가정 환경을 극복하고, 생소한 연구분야 탓에 연구비 지원을 거절당해 연구비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이겨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구해 성취한 이야기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며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 성공비결은 ‘동기부여’라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고교생과 학부생들이 연구 활동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그나로 교수는 “고교생과 학부생들이 연구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연구 활동에 참가하더라도 먼저 개념을 충분히 숙지한 후에 참가해야 한다” 며 “어떤 실험을 하더라도 그 원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먼저 개념을 충분히 숙지했다면 실험실에서 일을 하는 것은 멘토로부터 계획이나 가설을 설정하는 것을 배울 수 있으며 앞으로 공부하는 데 필요한 일반적 실험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학부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것이라 생각한다”며 “연구를 할 때는 이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항상 자문해야 더욱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에 대해 이그나로 교수는 “산화질소(NO)가 뇌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근본 원인에 대한 추가 연구와 치매나 뇌졸중, 줄기세포와 자폐증 등에 산화질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해 관심이 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노벨 과학상을 받기 위한 조건에 대해 이그나로 교수는 “타고난 천재성과 창조적 생각은 물론 많은 노력과 정부의 지원, 투철한 동기부여 등 어느 한 가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며 “ 1~2가지를 강조하기 보다 이런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유망한 연구분야에 대해 이그나로 교수는 “앞으로 20년까지의 한국 심혈관 의학의 전망을 해 보면 궁극적인 방향은 산화질소를 응용한 줄기세포 연구와 치료 쪽의 중요성이 많이 대두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그나로 교수는 ‘노벨런치’를 마치며 “학생들에게는 강한 동기부여가 필요하고 기초 연구를 탄탄하게 해야 한다. 기초 연구에 열정과 흥미를 느껴야 하고 일단 본격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 탄탄한 배경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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