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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달, 인테리어의 ‘봄’을 삼키다
결혼·이사 등 미루는 풍속 탓
성수기 불구 판매 부진 직격탄

높은 전셋값 시장침체 부채질
저가상품 많은 온라인만 호황

가구ㆍ벽지ㆍ바닥재ㆍ창호 등 인테리어업계가 최대 성수기를 맞았지만 울상이다. 재고는 쌓이고 판매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봄 같지 않은 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왜일까. 3년 만에 찾아온 윤달(閏月)과 함께 내수 침체, 주거 형태 변화, 가파른 전세 가격 상승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는 음력 3월이 두 번 돌아오는 윤달이다. 양력으로 4월 21일~5월 20일에 음력 3월이 한 번 더 반복된다. 미신이지만 윤달에는 결혼ㆍ출산ㆍ이사 등을 하지 않는 풍속이 있다. 따라서 결혼이나 이사가 다음달 이후나 가을철로 미뤄지고 있다고 인테리어업계는 전한다. 서울 중곡동의 한 가구대리점 대표는 24일 “윤달 탓인지 이달부터 10~20%씩 할인하는 기간인데도 손님이 예년보다 훨씬 적다”면서 “어림잡아 한 3분의 1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만혼 풍조와 함께 높은 전세 가격도 인테리어산업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2억6000만원에 이른다. 한 사설연구원에 따르면 2009~2011년 3년간 전세 가격 상승률은 26%로, 소득증가율(10.2%)을 2.6배 앞질렀다. 이에 따라 실질 가처분소득이 줄어 내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가처분소득 3700만원을 한푼도 안 쓰고 7년 넘게 모아야 서울의 전세 가격이 되는 셈이다. 

결혼과 이사가 많은 성수기를 맞았으나 인테리어업계가 윤달로 인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 둔촌동의 한 인테리어점주는 “봄철 성수기가 됐는데도 견적을 내러 오는 사람이 뜸하다”면서 “그나마 찾아오는 사람도 좀 더 싼 자재만 찾고 있다”고 전했다.

값싼 제품 선호 경향은 온라인 시장 성장을 부추겼다. 한샘의 경우만 봐도 온라인 가구 판매는 매년 70%씩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2008년 매출 173억원에서 4년 만인 2011년 72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4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온라인 전용 가구제품과 인테리어 소품은 일반 매장 제품에 비해 30~40% 값이 싼 게 특징이다.

이와 함께 주거 형태의 변화도 인테리어 불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파트 전세 가격이 높은 탓에 도시형 생활주택(원룸)이나 오피스텔이 신혼부부들의 대체 주거공간으로 떠올랐다. 아파트는 인테리어 제품 최대 수요처다. 하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은 침대나 소품류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가구가 필요 없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주거 형태가 다양화한 때문인지, 침대ㆍ장롱ㆍ소파ㆍ서랍장 등 전통적인 혼수제품 구매 패턴은 이제 단품 구매로 변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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