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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인 우호·유색 혐오…한국인의 ‘이중성’
제노포비아 갈수록 확산
조선족·필리핀 노동자 겨냥
“흉악 범죄자들” 반감 표출
中동포 밀집 구로구 발길 뚝

프랑스인 거주 서래마을
주말 즐기러온 인파 북적

#1. 지난 21일 조선족 밀집지역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식당거리. 여느 때 같으면 손님들로 북적거렸던 식당가이지만 식당마다 빈자리가 눈에 띄었고, 행인조차 구경하기 어렵다. 좀 과장하면 휑한 눈으로 오지 않는 행인들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전부였다. 이곳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조모(62ㆍ여) 씨는 “요새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그는 “여기 사는 사람 90% 이상이 조선족이지만 평소엔 외지 사람들도 구경차 많이 찾았었다”면서 “수원 토막살해사건 이후 발길이 뚝 끊겼다”고 했다.

#2. 같은 시간, 프랑스인들의 거주지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 카페와 레스토랑에는 온종일 비가 내린 굳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임모(23ㆍ여) 씨는 “친구들과 브런치를 먹기 위해 왔다”면서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종종 찾는다”고 말했다. 원모(28ㆍ여) 씨는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는 조선족이나 동남아 쪽 외국인들 범죄가 대부분이지 않냐”며 “이쪽(서래마을)은 그런 걱정이 안 들어서 좋다”고 말했다.

조선족 오원춘(42)에 의한 20대 여성 토막 살해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 ‘외국인 혐오증’에 대한 논란이 일었지만 실세로는 외국인 혐오증이 아니라 아시아계 이주노동자 및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21, 22일 이틀간 서울의 대표적인 외국인 거주 지역인 ‘가리봉동’(조선족)과 ‘서래마을’(프랑스인) 두 곳을 찾아 탐문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외국인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똑같은 외국인 밀집지역이지만 이 두 곳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은 상반됐다. 서래마을을 찾는 한국인 대다수는 “이국적인 색채의 문화를 즐기러 왔다. 이곳은 범죄가 없는 동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몇 해 전 출산한 아이를 유기했던 한 프랑스 여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한국인 방문객은 없었다.

반면, 구로구 가리봉동과 대림동 일대는 조선족, ‘그들만의 도시’였다. 주말은 물론 평일 낮에도 이곳을 지나가는 한국인을 찾기 힘들었다. 수원 토막살해사건 이후 여론이 악화되면서 ‘가리봉동은 우범지대’라는 낙인을 찍고 있었다.

온라인에서도 한국인의 이중성은 여실히 드러났다. “일자리를 빼앗아간다” “흉악범죄자다” “세금 거덜난다”며 수원 토막살해사건 이후 표출되고 있는 비난도 대부분 중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계 이주노동자들을 겨냥했다.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이중적 태도, 왜일까.

임대근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제도권 교육과 관습을 통해 문화를 ‘높고 낮음’으로 판단하는 방식이 내면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엄한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구중심의 세계체제와 경제력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엄 교수는 “백인과 비백인에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서구가 만든 인종질서의 영향도 있지만 현 세계에서 비(非)백인들이 가난하고 한국에서도 이들이 경제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용주 선문대 다문화정책연구소장은 “백인들에 대한 동경심과 함께 과거 한국이 못살았을 때 받았던 국제사회의 무시, 치욕을 되돌려 주려는 열등의 심리적 표현”이라면서 “영어 만능주의와 경제 우선주의 역시 한국사회의 이중적 태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교수는 “한번 형성된 인식은 변화하기 어렵다”면서 “유치원 때부터 다문화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 소장 역시 “국ㆍ영ㆍ수처럼 다문화 과목도 정규과목으로 넣어야 한다. 그래야 향후 프랑스와 같은 인종적, 민족적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혜진ㆍ서상범ㆍ김현경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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