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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마위 대장균 ‘득실’…기준 285배 초과
서울시 봄철 음식점 위생점검 해봤더니…
김밥·샌드위치 가게 100곳
민관합동 조사원 60명 투입
영세 가게 위생상태 심각

“손을 깨끗이 씻으셔야 합니다.” “저 그을음 빨리 닦아내세요.” 감시원들의 눈길은 매서웠다.

서울시는 최근 ‘김밥, 샌드위치 취급 음식점 봄철 위생점검’을 실시했다. 이번 점검은 나들이철을 맞아 시민들이 야외에서 주로 즐겨먹는 김밥, 샌드위치 전문 100개 업소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각 자치구의 위생과 담당 직원과 소비자연맹, YWCA 등 시민단체 출신 소비자식품 위생 감시원 2명이 한 조를 이뤄 총 20개 조, 60명이 투입됐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유착관계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각 자치구 직원들은 관할지역이 아닌 곳에 배치돼 점검에 나섰다. 서초구를 맡게 된 강남구청 공무원 등 3명과 함께 헤럴드경제 취재진은 김밥 및 샌드위치 전문점 5곳을 불시에 살펴봤다.

이번 점검은 민관 합동이라는 성격을 띤 만큼이나 민간 감시원들의 역할도 중요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 나온 정선애(47) 씨 등 2명은 위생 점검 경력이 3~5년차인 ‘베테랑’들이었다. 이들 손엔 검사대상 식품을 수거하는 냉장박스와 ‘세균오염도분석기(ATPㆍAdenosine Tri-phosphate)’가 들려있었다. ATP 기기는 위생상태 모니터링 계측 장비로, 미생물의 증식인자가 될 수 있는 유기물의 오염도를 신속하게 검사하는 최신기기다. “간이검사 기기이긴 하지만 측정 기준치를 넘으면 유해 세균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정해자 강남구 위생과 주무관이 설명했다.

오전 11시, 점검원들이 A 김밥집에 들어섰다. 주방 종업원의 손을 ATP로 측정한 결과, 청결상태가 좋지 않았다. 대장균이 기준치의 4배, 손을 다시 씻고 측정했지만 ‘적합’ 기준에 들지는 못했다.

조리종사원들의 손만 더러운 게 아니었다. 도마나 칼은 더 심각했다. B 샌드위치가게 주방에서 쓰던 도마는 ATP 측정 결과, 기준치의 285배나 됐다. C 김밥가게는 규정을 어긴 채 나무도마를 쓰고 있었다. 기준치의 8배가 넘는 ATP 숫자가 찍혔다. 점검원들은 “플라스틱 도마를 써야 미생물의 증식을 막아주기 때문 위생상 좋다”고 했다. 주방 상태가 엉망인 곳도 있었다. D 김밥집의 주방에서 쓰는 조리기구 바로옆 벽면 부분의 흰색 타일은 그을음 때문에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점검원은 “볶거나 끓이는 음식에 검은 찌꺼기들이 들어가면 어쩌려고 하냐”며 당장 세제로 닦을 것을 지시했다.

영세한 규모의 점검 대상들은 대체로 위생상태가 불량한 편이었다. 총 15건의 ATP 검사 결과, 2건만이 기준을 통과했다. 20명에 달하는 조리종사원들을 조사했지만 위생모를 제대로 갖춰쓴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결국 B 샌드위치가게 사장 이모(39) 씨는 열악한 위생상태는 물론 영업신고서와 보건증 등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정 주무관은 “이렇게 한 번씩 단속을 나오고 난 뒤엔 김밥이나 샌드위치 사먹는 게 꺼려질 정도”라며 “내가 만든 음식을 내 가족들이 먹는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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