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중구 명동 프리스비 매장(애플 체험형 스토어). 판매는 7시부터 시작됐지만 사람들은 일찍부터 나와 수백 미터 길이의 줄을 만들며 뉴 아이패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줄은 프리스비 매장을 시작으로 십여 개 건물을 빙 돌아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 인원이 500여 명에 육박했다는 공지가 나오기도 했다.
앞쪽에 줄을 선 사람들은 지난 밤부터 줄곧 기다렸는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새벽 찬 공기를 가리기 위해 두툼한 담요를 두르고 있는 커플들, 말끔한 수트 차림으로 출근 전 구매하려는 직장인들, 삼삼오오 모여 졸린 눈을 비벼가며 잡담을 나누는 대학생들 모두 지친 모습 뒤로 설레는 표정을 감추진 못했다.
![](http://res.heraldm.com/content/image/2012/04/20/20120420000239_1.jpg)
7시 정각이 되어 매장 문이 열리자 직원들이 환호성과 함께 뛰어나오며 밤새 기다린 사람들을 맞이했다. 순간 명동 일대 흘렀던 정적을 깨고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오면서 뉴 아이패드의 첫 출시를 알렸다.
아이패드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도 아니고, 그새 다양한 기종의 태블릿과 넓은 화면의 스마트폰, ‘반값’ 가격의 제품까지 출시됐지만, 적어도 새벽부터 나와 기다린 사람들에겐 뉴 아이패드는 이들과 비교를 거부하는 태블릿이었다. 특히 1년 전 나온 아이패드2 가격이 내려갔지만, 이들은 뉴 아이패드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써본 경험에서 축적된 ‘친숙함’에서 뉴 아이패드를 선택했다. 김필제(31ㆍ직장인)씨는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구매한 뒤 이번에 중고로 판 뒤 새로운 아이패드를 구매하려고 나왔다. 아이폰도 같이 쓰고 있는데 iOS(운영체제)에 익숙해져있고 다양하게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어 애플 제품을 계속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현(24ㆍ대학생)씨도 “아이폰을 잃어버린 뒤 삼성 갤럭시폰을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운영체제가 달라 불편한 것 같다. 갤럭시는 통화기능으로 쓰고 뉴 아이패드로는 대학 수업 관련 자료 수집 등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
이들에게 뉴 아이패드란? 지난해 4월 아이패드2가 출시된 후 1년간의 공백을 깨고 등장한 뉴 아이패드는 누군가의 아침잠을 뺏고 연인과의 2주년 선물이 되는, 단순 태블릿 이상의 제품이었다. 사진은 명동 프리스비 매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
최초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 그냥 갖고 있는 것 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부러움’을 안겨준다는 점은 지금도 유효했다. 명동 프리스비 매장 뉴 아이패드 최초 구매자인 임재영(27ㆍ대학생)씨는 “친구들이 아이패드 쓰는 거 보고 매우 부러웠는데 빨리 사기 위해 어제 대전에서 올라와 밤 10시부터 기다렸다, 이번 뉴 아이패드는 카메라 기능이 크게 향상돼 여행 다니면서 사진 찍을 때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용성’을 강조하며 아이패드의 활용 범위를 넓혀가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박석산(61ㆍ교수)씨는 “교회에서 찬송가 악보나 성경책을 보는 데 아이패드만한 제품이 없다. 콘텐츠도 풍부하고 이번에 화질도 크게 좋아져 뉴 아이패드를 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출시 전 국내에서 LTE 지원이 안 되고, 아이패드2에 비해 무거워졌다는 지적과 관련해 큰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표현명 KT 사장이 직접 구매자들을 반겼던 광화문 올레스퀘어를 찾은 한수연(30ㆍ직장인)씨는 “LTE로 못 쓰는 게 아쉽지만 와이파이로도 충분히 쓸 수 있고, 몇십 g 차이로 휴대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