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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원투수’ 라호이 스페인 총리 난파선 선장 되나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빛바랜 ‘무적함대’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57) 총리가 취임 5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11월 총선 승리 직후 “스페인을 유럽에서 다시 존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던 발언은 허언(虛言)이 될 처지다. 존경은커녕 나라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면서 난파선의 선장 운명을 닮아가고 있다.

회생 기미가 보이질 않는 경제는 ‘3수(修)’끝에 총리가 된 그에게 ‘괜히 총리됐다’는 푸념을 안길 만하다. 치솟는 국채금리(6%대)와 국내총생산(GDP)대비 지난해 재정적자 8.5%라는 수치들은 스페인의 구제금융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스페인 은행들의 지난 2월 부실여신이 전체 여신 중 8.15%로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긴축을 통해 위기를 탈출하겠다던 그에겐 성장을 등한시한 정책은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믿을 맨’이던 후안 카를로스 국왕의 철없는 행동도 라호이 총리를 곤혹스럽게 한다. 국왕은 최근 아프리카로 코끼리 사냥을 떠나 구설수에 오르더니, 여행 경비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의 측근인 한 사업가가 댔다는 보도가 나와 국민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한 여론조사 결과, 라호이 총리는 ‘경제를 운용할 방법을 모르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56%나 됐다. 희망을 걸었던 ‘구원투수’에게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인식으로 볼 수 있다. 

국내 문제도 뒤숭숭한 데 라호이 총리는 2살 연상의 ‘여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서 기습공격을 받아 휘청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지난 16일 자국 내 최대 에너지 기업 YPF를 국유화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

YPF의 최대 주주는 스페인의 에너지 업체 렙솔로, 스페인 입장에선 렙솔이 갖고 있던 YPF 주식 51%를 강제로 빼앗는 이 조치에 발끈하지 않을 수 없다.

라호이 총리는 이에 ‘국교단절’까지 시사하기도 했지만, 스페인 내각은 19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수위가 대폭 낮아진 무역ㆍ에너지 공급 분야에 대한 보복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나 대(對)아르헨티나 무역 관세 인상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WTO는 투자분쟁 사건을 담당하지 않는 데다 관세 인상도 결국 아르헨티나산 제품을 수입하는 스페인 기업에 해가 될 것으로 분석돼 효과적인 ‘압박 카드’가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래저래 진흙탕에서 허우적대는 라호이 총리가 묘수를 내놓을 확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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