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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보다 가벼운 운동화
1g이라도 더 가볍게‘초경량 바람’…무봉제 공법으로 양말같은 신발 탄생…형광색 입혀 눈도 즐거워
날씨가 풀리고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솔솔 간지러운 바람이 부는 산과 들로 등산족ㆍ러닝족이 몰린다. 봄바람에 맞춰 패션시장에선 ‘초경량 운동화 바람’이 거세다. 브랜드마다 ‘더 가볍게’를 외치며 경량 운동화를 출시하고 있다. 대부분 100~300g대로, 기존 일반 운동화의 절반 정도다. 사람들만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다. 운동화도 무게를 줄였다. 중력에서 좀더 자유롭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자 욕망이다. 통통 튀는 형광색에 물리적 무게뿐만 아니라 시각적 무게도 확 준다.

▶운동화, 얼마나 가벼워졌나= 세계적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는 최근 런던올림픽을 겨냥해 160g짜리 초경량 마라톤화를 선보였다. 전설적인 미국 육상선수 칼 루이스가 제품발표 행사를 진행하며 화제가 됐는데, 이 신발은 지난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1~3위를 차지한 선수들이 신었던 나이키 제품보다 19%나 가벼워졌다.

스포츠 시장의 선두주자인 나이키의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국내 스포츠 브랜드에서도 속속 초경량 운동화를 내놓고 있다. 일명 ‘손연재 운동화’로 불리는 휠라 버블워커는 187g(240㎜ 한 족 기준), 스케쳐스의 ‘황정음 운동화’ 고런은 136g으로 국내 워킹화ㆍ러닝화 중에는 가장 가벼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웃도어 업체도 뒤지지 않는다. 컬럼비아의 마스터플라이는 143g, 노스페이스ㆍ머렐ㆍ블랙야크는 워킹화보다 무겁지만 250~390g짜리 ‘날씬한’ 등산화를 출시하며 경량 바람에 합류했다. 여기에 달걀 한 개 무게(49g) 정도밖에 안된다는 바람막이 재킷과 배낭이 ‘가벼운 아웃도어 용품’ 세트에 함께 묶여 야외활동이 잦은 봄철 소비자를 유혹한다. 

(왼쪽 위부터)스케쳐스의 초경량 러닝화 ‘고런’(136g), 이엑스알(EXR)의 러닝화 ‘배어테라피’(240g), 노스페이스의 등산화 ‘다이나믹하이킹’(390g). (왼쪽 아래부터) 휠라의 여성전용 워킹화 ‘버블워커’(187g), 아디다스 생활용 러닝화 ‘아디제로 페더’(160g), 르꼬끄 스포르티브의 광택소재 러닝화 ‘조이’(232g)

▶가볍게 더 가볍게…‘1g’의 과학= 운동화 무게를 줄이는 일은 말 그대로 과학이다. 우선 소재가 다르다. “자체 개발했다”며 소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물 구조의 매시(mesh) 소재를 쓴다. 밑창에 필수적인 고무 소재는 다소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최소한만 사용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운동화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은 ‘디자인의 힘’인데, 이는 거의 사라진 봉제선으로 나타났다. 이 ‘무봉제 공법’을 통해 갑피(발등을 덮는 섬유 부분)와 설포(신발끈 밑에 있는 발등을 받치는 부분)를 제외하고 바느질한 표가 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양말같은 신발’이다.

▶통통 튀는 형광색에 보는 눈도 가벼워= 물리적으로만 가벼워진 게 아니다. 올 봄 운동화는 시각적인 무게도 줄였다. 초경량 운동화의 ‘초(超)’는 이러한 물리ㆍ시각적 무게감을 모두 반영한 표현이다.

지난해 가을 뉴욕, 밀라노, 파리 등 세계적 컬렉션에서 올 봄ㆍ여름 패션 주요 색상으로 선보인 형광색이 국내서는 발끝으로 날아든 셈이다.

라임, 오렌지, 연보라, 핑크 등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통통 튀는 봄 색상이 여심을 훔친다. 또 최근 남성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일명 ‘달밤의 체조’하는 야간 러닝족을 위해 밤에도 식별이 쉬운 소재와 색상을 사용한 제품도 출시됐다.

운동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런던올림픽 분위기를 타고 오는 7월 운동화 수요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며 “최근엔 여성뿐만 아니라 밤에 운동하기 좋아하는 남성도 형형색색의 ‘팝컬러’ 운동화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가볍다고 다 좋다? 건강과 운동화의 상관관계= 신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유쾌하게 만드는 이 신발이 실질적으로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스포츠ㆍ아웃도어 브랜드가 저마다 경량 운동화를 쏟아내고 있지만, 그저 ‘가벼운 것=최신 기술=사면 좋은 것’으로 선전하고 있을 뿐이다. 과연 가벼우면 무조건 좋을까.

서동현 은평힘찬병원 과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몸이 가벼워지면 아무래도 장시간 활동과 운동에 유리하다”며 “피로를 줄이기 때문에 건강과 상관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직접비교에는 무리가 있지만, 운동선수가 굳이 모래주머니를 차고 훈련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가벼울수록 칼로리 소비나 운동량 증가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소비자가 운동화를 구입하는 이유에는 ‘걷기 열풍’에서 비롯된 운동 의욕이 크다. 경량 운동화가 그 목적에 알맞은 제품인지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가벼운 발걸음, 지갑은 무거워야 가능= 최근 속속 출시되고 있는 초경량 러닝화, 워킹화는 일반 운동화 무게의 절반. 하지만 가격은 발걸음처럼 가볍진 않다. 상표와 종류에 따라 가격 차가 있지만 대체로 9만~19만원 선으로 평균 10만원대 중반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봄철 야외활동 필수품이라고 여겨지는 바람막이 재킷과 배낭까지 가볍게 꾸리려면 최소 4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든다.

기능과 운동 효과에 대한 분분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부분 ‘몸이 가벼울수록 야외활동이 즐겁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리고 기꺼이 지갑을 ‘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경량’이 되려면 지갑도 함께 가벼워진다. 이것도 즐거운 일일까.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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