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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인·살벌해진 ‘황혼 범죄’
노인범죄 10년새 두배…은퇴후 경제적 빈곤·고독·소외감 때문
최근 어르신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인생에서 한 발자국 물러난 이들 어르신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는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 인색한 상황이다.

지난 16일 경기 시흥에서 발견된 69세 여성 토막 살해사건의 범인은 64세 남편 A 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경찰조사에서 “내가 평소에 술을 먹고 집에 들어가면 마누라가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어제도 잔소리가 심해 술취한 김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전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A 씨는 부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했다. 그는 부인의 시신을 토막낸 뒤 6개의 쓰레기봉투에 나눠 자신이 과거에 경비원으로 일했던 적이 있는 아파트단지 분리수거장에 유기했다.

같은 날 서울 광진경찰서에서는 70세 노인 B 씨가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B 씨는 지난 3월 9일 서울 지하철 7호선 군자역에서 몸을 부딪치고도 사과하지 않은 피해자 C(77) 씨를 중곡역까지 뒤쫓아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도망갔다.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을 참지 못했다. 무방비 상태로 당한 피해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건 발생 8일 만에 사망에 이르렀다.

이렇듯 60세 이상 어르신 범죄가 2000년대 이후 크게 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1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체 범죄에서 만 61세 이상 노인이 저지른 범죄 비중은 지난 2000년 2.4%에서 2009년 5%로 2배 이상 급증했다. 10년 새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노인 인구의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3%(2000년)에서 14.9%(2009년)로 4.6% 증가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증가세가 뚜렷하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살인, 강도, 방화, 강간 등 강력범죄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 전체 강력범죄에서 노인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2000년)에서 3.7%(2009년)로 껑충 뛰었다.

노인범죄가 최근 급증하는 원인은 노인 인구의 증가란 자연적 요인 외에 실직과 은퇴에 따른 경제적 빈곤 및 소외ㆍ고독감, 가정 해체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노인들은 현직에선 나름 인정받았지만 은퇴 후 생긴 지위 상실감 등이 공격행위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며 “상실감이 있는 상황에서 자극적 요소가 들어갔을 때 결국 폭발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흥 아내 토막사건 피의자 A 씨의 경우 함께 살던 가장 가까운 아내의 어떤 공격적 행동이 남편을 자극했을 것이라고 유추되고 구속된 B 씨는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체면이 깎였다는 감정이 살인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노인들의 수명이 길어지고 힘이 넘치는 ‘젊은 노인’들이 생겨나면서 노인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며 “노인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혜진ㆍ김성훈ㆍ서상범ㆍ김현경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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