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뼈 부상으로 일반에 알려져
“무책임한 여행”비난 봇물
후안 카를로스<사진> 스페인 국왕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불과 몇 주 전 “청년실업과 경제위기를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던 그가 ‘코끼리 사냥’을 위해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를 방문했다가 넘어져 엉덩이뼈가 부러진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보수성향의 신문 엘문도(El Mundo)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카를로스 국왕은 전날 오전 보츠와나에서 화장실에 가려다 넘어져 엉덩이뼈를 다쳤고, 수술을 위해 자국으로 이송됐다.
국왕의 스케줄은 기밀사항이었기에 그의 코끼리 사냥은 일반에 알려지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여러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왕궁 측은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접한 스페인 국민은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붕괴 이후 3년 넘게 경제위기에 허덕이는 스페인의 상황에 국왕은 아랑곳 않고 사냥이나 즐기고 있다는 정황이 발각된 탓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코끼리 한 마리 사냥에 약 9000~2만6000달러가 든다고 보도했다. .
엘문도는 칼럼에서 “부적절한 시기에 한 무책임한 여행”이라며 “국왕으로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바보 같은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카를로스 국왕은 1975년, 독재자 프랑코 사망 이후 스페인을 독재체제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면서 추앙받았지만 왕족들의 잇단 스캔들이 겹치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13세에 불과한 국왕의 손자 펠리페 후안 프로일란은 몇 주 전 권총사고로 발에 부상을 입었고, 사위인 이나키 우르단카린은 공공기금 유용 혐의를 받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국왕의 ‘중뿔난 행동’은 집권당인 국민당(PP)의 지지도마저 갉아먹고 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El Pais)가 이날 밝힌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지지도는 급격한 하락세를 타고 있으며, 응답자의 56%가 ‘집권당은 경제를 꾸려 나갈 방법을 모르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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