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수 국과수 유전자분석센터장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DNA 수사요? 물건이 가득차 있는 창고에서 ‘모기의 눈물’을 찾는 싸움입니다.”한국 디옥시리보핵산(DNA) 유전자 분석의 ‘대부’로 꼽히는 한면수(53ㆍ사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분석센터장은 DNA 분석 수사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이들이 찾아내 분석하는 DNA 시료는 보통 1ng(나노그램) 수준. 1g의 10억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양이다.
“사건 현장에서 우리가 원하는 범인의 DNA 정보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머리카락이나 혈흔 같은 게 있으면 고맙죠. 없으면 침속에 들어 있는 구강상피세포나 비듬, 피부각질에서 DNA를 추출해내야 합니다.”
한 센터장은 한국에 DNA 유전자 분석을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이기도 하다. 한 센터장이 DNA감식법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5년. 네이처(Nature) 지에 나온 기사 덕분이었다. 영국 레스터대의 알렉 제프리 교수가 DNA감식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 1984년의 일이니 딱 1년 만의 일이다.
국제우편으로 제프리 교수와 연락한 그는 1986년 DNA감식법을 도입하자는 보고서를 국립과학수사원에 냈다가 반려당했다. 이후 치안본부에서 국과수에 DNA감식법을 개발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당시 신참 연구원이었던 그는 보고서를 먼저 낸 공로를 인정받아 DNA 분석 책임자가 됐다.
1990년 초 미 연방수사국(FBI)에 유학까지 다녀온 한 센터장. 당시 유전자분석실 인원은 5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0명으로 늘어났다. 20여년 만에 14배 성장한 셈. 하지만 그는 ‘아직은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감정 의뢰가 오면 15일 이내에 해결해줘야 하지만 현재는 28~30일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인력과 장비, 예산이 모두 부족하다는 그는 “한 달 동안 동원되는 수사인력이나 비용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데, 유전자 감식을 빨리 끝내주면 그만큼의 인력 및 예산을 감소시켜 줄 수 있다”며 “감식기일을 맞춰주기 위해 현재의 배 이상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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