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 “위대한 예술은 언제나 고귀한 정신을 보여준다.” 피카소의 말이다. 예술 작품에는 작가 자신의 삶과 고민과 깊은 사색이 담겨 있다는 말인 듯싶다. 무엇이든 창조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고, 그렇게 산고의 깊이를 이겨낸 작품들은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아름다운 감동을 준다.
쉽게 이뤄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물며 빠듯한 직장 생활을 하는 근로자들이 어렵게 시간을 내어 스스로에게 몰두하는 모습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일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매년 ‘근로자문화예술제’를 주최한다. 근로자의 예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다. 1980년에 처음 개최했으니 올해로 서른 세 번째다. 첫 해에는 미술부문만 개최했지만 점차 분야를 넓혀 가면서 이제는 미술, 문학, 음악, 연극 등 거의 모든 예술분야에서 진행된다. 빼어난 작품에는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고용노동부장관상을 시상하고 격려한다. 이제는 명실 공히 근로자를 위한 종합예술제로 손색이 없다.
예술제에 올라온 작품과 공연은 평소에 갈고 닦은 예술적 재능과 끼를 마음껏 발휘해 하나 같이 그 정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참여한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바쁜 일상에서 어떻게 그런 열정을 보탤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 주제들은 모두 소박하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자주 접하는 평범한 일상일 수 있고 주변의 흔한 풍경일 수도 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생산 현장의 근로자가 있다. 어두운 어둠 속에서 불꽃을 튀기며 일에 열중하는 용접공이 있다. 전문가 못지않은 섬세한 손길로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인 조각과 목공예가 있다. 모두가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도 자기를 계발하고 보람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설사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해도 따로 시간을 내어서 마음에 담아 둔 또 다른 작업을 시작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을 마치고 휴식의 시간에 쏟아 내었을 정성과 열의가 느껴진다. 출품작들을 보면서 그 고단함의 깊이를 감내한 사람이 아니라면 선뜻 그 아픔에 동의하는 것조차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어진 제약을 극복하면서 이루는 성취는 더 큰 행복감을 주었을 것이다. 어렵게 태어난 작품은 작가에게 더 없이 소중한 결실이겠지만 보는 이들에게도 똑같은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그동안 예술제에 참여한 인원이 12만여 명에 이른다. 특히 올해에는 해외 파견근로자에게도 참여 기회를 주면서 중국 산동성에서 가요제의 예심을 치르기도 했다. 예술제는 4월 근로자가요제를 시작으로 각 부문별 행사가 진행된다.
우리가 예술제를 개최하는 목적은 근로자들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 발판을 마련하고 정서함양과 아름다운 삶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예술제의 수상자들은 남다른 열정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모임을 만들어 문학동인지를 창간하거나 다양한 공연과 전시회를 하고 봉사 활동을 한다.
스스로의 삶에 향기를 더하고 새로운 감동을 전하는 계기가 예술제를 통해 주어진 것이다. 그 동안 근로자들에게 ‘아름다운 삶’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려는 예술제가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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