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노숙인이 화랑무공훈장 받은 사연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고등여인숙 00호 한영수. 이는 다름이 아닌 한영수씨의 주민등록증에 기재돼 있는 내용이다.

올해 83세인 한영수씨. 6개월 전만해도 수원역에서 새우잠을 자야하는 노숙자였다. 그런 그가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무공훈장도 다시 찾고, 국가 유공자로 등록돼 연금도 받게 됐다. 한 달 방값 25만원을 빼고도 무려 54만원이나 남는다.

“요새는 텔레비전도 보고, 다시서기 센터에 놀러도 가고, 먹고 싶은 것도 먹으면서 지내지. 수원역에는 이제 안가”라며 손을 젓는다.

한 씨가 이처럼 새 삶을 살게 된 이유는 노숙인들의 자활지원을 위한 경기도 다시서기센터의 주민등록 복원 사업 때문.

한씨는 지난 해 9월 30일 다시서기 센터에서 마련한 추석행사에 식사를 하려고 들렀다 센터와 인연을 맺게 됐다.

2006년부터 수원역에서 노숙을 했지만 좀처럼 사람을 믿지 않던 한씨는 다시서기센터를 찾지 않았다. 큰 맘 먹고 2011년 2월 노숙인 임시거주시설을 가봤지만 20명의 노숙자가 함께 살아야 하는 환경이 싫어 들어간 지 하루도 못돼 다시 수원역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9월, 식사나 한 번 하려고 들른 다시서기센터에서 한씨는 이해진 상담사를 만났다.

이해진 상담사는 한씨의 노숙생활을 하게된 사연을 들어주며 친분을 쌓았다.

6.25때 참전했다 훈장을 받은 얘기, 64년 아내의 사망 후 가출한 사연 등 기구하기만 했던 한 옹의 인생사가 펼쳐졌다.

“30년 동안 공사장 경비 일을 하면서 모은 돈은 깡패한테 다 뺏기고, 대전에 있는 고물상에 취직했지만 교통사고로 보상금 한 푼 못 받고 쫓겨났다”며 2006년부터 노숙을 시작하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이 상담사는 한씨의 나이가 65세가 넘은 점을 감안, 먼저 노인연금 수령을 위해 주민등록을 복원하기로 했다. 다시서기센터는 주민등록 복원을 위해 지난해 11월 고등여인숙에 한 옹을 위한 주거공간을 마련해 줬다. 또한 한 옹의 사연을 토대로 병무청에 병적기록과 훈장서훈 기록 확인요청을 했다. 육군본부측은 1955년 3월 1일 한씨에게 화랑무공훈장이 수여된 기록을 확인해 줬고, 지난 3월 26일 고등동 주민센터를 찾아 57년 만에 한씨의 훈장수여식을 다시 가졌다.

주민등록 복원은 훈장뿐 아니라 잃어버린 가족도 찾아줬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을 위해 가족관계를 알아보던 이 상담사는 한씨의 아들 가운데 장남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연락을 취했다. 가정형편 때문에 함께 살지는 못하지만 한씨는 요즘 손녀와 통화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이해진 상담사는 “주민등록만 복원돼도 국가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노숙인들에게는 주민등록복원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다시서기센터는 지난 2006년부터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주민등록복원사업을 실시해 왔다. 매년 40여명 정도가 주민등록을 복원, 사회로 복귀하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6700만원의 예산을 책정, 현재 수원지역만 실시하고 있는 주민등록 복원사업을 성남과 의정부로 확대해 노숙인들의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해 주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월 노숙인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주민등록복원, 재활치료, 일자리 제공 등 노숙인의 사회 조기 복귀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jycaf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