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화려했던 선거 운동 기간이 끝나면서 후보자들을 유권자들에게 널리 알려줬던 현수막이 골칫덩이로 변했다.
지난 몇 주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선거 현수막은 화려(?)하게 거리를 도배했다. 현수막을 붙일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어디든 걸렸다.
이렇게 걸린 현수막만 1만 4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난 11일 총선이 끝나고, 금배지를 단 후보자와 패배의 쓴 잔을 마신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속속 걷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현수막의 처리다.
일단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현수막을 떼내는데 적잖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청 공무원 15명은 지난 12일 오전 6시부터 12시간 동안 송파구 관내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제거하는데 투입됐을 정도다. 후보 경쟁이 치열했던 지자체의 경우는 지난 12일 현수막을 다 제거하지도 못했다.
제작비용으로만 수 십 억원이 투입된 이 현수막은 선거 직후 대부분 수거돼 폐기처리 된다. 폐기 비용만도 수십억원에 달한다.
13일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용되는 현수막은 1만 4100여개로 무게만도 21t, 제작비용은 14억원 가량이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수막 하나 제작하는데 약 1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1092명의 후보들이 공직선거법 67조에 따라 읍ㆍ면ㆍ동에 1개씩 부착하는 것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이 현수막을 그대로 소각할 경우 제작 비용의 2배 가량인 28억원 가량이 들 것이라는 게 자원순환사회연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2주동안 사용되는 현수막에 제작비용과 소각비용을 합쳐 4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셈이다.
현재까지 이 현수막을 재활용하겠다고 밝힌 정당과 후보측은 단 한 곳도 없다는 게 자원순환사회연대 측의 설명.
그동안 매번 총선, 대선 등 선거 때마다 제작됐던 현수막은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됐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지난 2일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등 주요 5개 정당에 ‘선거 현수막의 수거·재활용 시 나타나는 3가지 좋은 점’이라는 공문을 발송해 선거 후 발생하는 현수막 재활용에 대한 정당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재활용 의사를 표시한 정당 및 후보는 단 1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관계자는 “한번이 아닌 여러차례 메일을 발송했지만 반응이 온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며 “지난 2006년 캠페인을 시행했을때부터 0건이었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선거 현수막은 정당과 후보측이 직접 비용을 들여 제작한다”면서 “향후 지자체와의 캠페인 등을 통해 폐현수막 재활용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수막을 무조건 소각하거나 폐기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 일부에서는 폐 현수막을 이용해, 가방을 만들기도 한다. 얼마전 서울시는 폐현수막으로 화분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분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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