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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여대생 '익사'…스마트폰 왜 수차례 켜졌다 꺼졌나?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부산에서 실종 8일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여대생 문모(21) 씨의 사망원인이 ‘익사’로 밝혀지면서 자살 또는 실족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문 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1차로 사망원인이 위와 폐에 물이차 사망한 ‘익사’로 추정된다고 13일 밝혔다.

또 경찰은 문 씨가 최근 다이어트를 하면서 생긴 위장병 등으로 치료를 위해 병원을 자주 찾는 등 육체적으로 힘든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문 양이 작성한 노트에 이러한 내용과 더불어 남자친구와의 이별과 학업ㆍ진로 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발견된 시신에서 이렇다할 외상이나 성폭행 흔적이 없고, 발견 당시 이어폰까지 귀에 꽂혀 있는 상태에서 위와 폐에 물이차 사망하는 익사상태가 된 것으로 보아 자살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익사’ 소견이 나온 1차 부검결과에 따라 경찰은 문 씨가 실종 당일 곧바로 익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은 “문 씨에게 특별한 자살동기가 없고 우울증을 앓지도 않았다”며 경찰의 자살 견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문 씨의 아버지는 “평소 문 씨가 어머니와의 관계가 돈독했고, 과거 가출을 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적도 없으며 성격도 깔끔해 편지 한통 없이 자살을 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문 씨가 소유한 스마트폰이 실종 이후, 여러차례 동일한 기지국에 나타난 것은 최대 수수께끼로 떠올랐다.

지난 4일 밤 11시 10분께 집을 나서 인근 해운대구 대천공원 호수 주위로 산책을 다녀오겠다던 문 씨는 11시50분께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새벽 2시 10분이 되도록 귀가하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문 씨 어머니가 인근 지구대에 실종신고를 하고 119에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이어 새벽 3시30분 문 씨의 집과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해운대교육지원청에 설치된 기지국에서 핸드폰의 신호가 잡히자 경찰은 새벽 4시께 신호가 잡힌 교육청 일대와 대천공원에 지구대 순찰차를 출동시켜 수색했지만 문 씨를 찾지 못했다.


이후에도 문 씨 휴대전화의 신호는 새벽 5시쯤 교육지원청 인근에서 또 다시 켜졌다가 이내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정황 탓에 경찰은 문 씨가 가출을 했거나 납치를 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해운대에 거주하는 동종 전과자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매일 1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들어갔다.

하지만 4일후인 9일 낮, 문 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부산 해운대 시가지 인근에서 짧은 주기로 세차례 다시 잡혔다. 경찰은 곧 인력을 동원해 일대를 수색하고 탐문했지만 끝내 문 씨를 찾지 못했다.

문 씨가 살아있을 것으로 생각한 유가족과 경찰은 9일 공개수사를에 합의했다. 전담 수사팀 구성을 위해 인력을 차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경찰은 12일에야 공개수사를 시작했고, 공개수사가 시작된지 수시간만인 오후 3시 10분께 대천공원 호수에서 문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날 문 씨의 시신과 휴대전화기가 잇따라 모두 물 속에서 발견되자 경찰은 그동안 기지국이 감지한 신호는 물 속에 빠진 스마트폰이 오작동 하면서 이뤄진 현상이라는 조심스런 견해를 내놨다.

과거 사건에서도 물 속에 버려진 휴대전화의 신호가 가끔 기지국에서 감지되는 오작동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실종이후, 문 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이 전혀 없다는 것도 경찰의 자살 추정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문 씨의 휴대전화를 과학수사팀에 맡겨 오작동 여부를 과학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문 씨가 소유했던 노란 케이스의 HTC스마트폰를 대상으로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물 속에 빠져 사망한 문 씨의 곁에 놓여있던 스마트폰이 어떻게 여러차례나 기지국에 신호를 보낼 수 있었는지 경찰은 8일후 문 씨의 정확한 부검결과와 함께 납득할만한 과학적 증거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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