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180억유로 규모 카지노…재정난 스페인에 약될까 독될까
마드리드·바르셀로나 유치경쟁 치열
텅빈 곳간 채울 구원투수 기대
시민단체 “현대판 고모라성 우려”


경제위기로 허덕이는 스페인에서 180억유로(한화 약 26조8800억원)짜리 대형 카지노 설립 프로젝트를 두고 때 아닌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미국 카지노 재벌인 셸던 아델슨(78)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 회장이다.

이 거물은 이른바 ‘유로베이거스’라고 이름 붙인 라스베이거스식 대형 카지노를 수도인 마드리드 혹은 바르셀로나에 지을 계획이다. 아직 구상 단계로, 최종 결정은 3개월 뒤에나 내려질 예정이지만 이들 후보 도시는 벌써부터 열띤 유치전에 나섰다.

이와 달리 시민단체들은 ‘유로베이거스’를 현대판 ‘고모라 성(성경에서 퇴폐ㆍ향락으로 멸망한 곳으로 기술함)’이라며 반대시위를 펼치고 있다.

아델슨 회장의 ‘유로베이거스’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통이 크다. 샌즈그룹에 따르면, 마천루로 가득한 거리가 조성되고 이 안엔 12개의 리조트와 카지노 6개가 들어선다.

경제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이 그룹은 주장한다. 매년 1100만명의 관광객을 추가로 스페인에 끌어들일 수 있고, 향후 10년간 휴가 시즌에 150억유로 이상을 벌어들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아울러 26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는 계산도 있다.

텅 빈 곳간 탓에 신음하고 있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정부는 아델슨 회장을 ‘구원투수’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콧대 높은 그가 카지노 건설을 위해 건물 고도제한 완화와 함께 빌딩 내 금연법ㆍ노동법의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까다로운 요구를 하는데도 이를 받아들일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의 경제가 바닥을 기고 있고 실업률도 살인적인 수준인 23%에 달하기 때문에‘돈줄’을 쥐고 있는 아델슨 회장에게 목을 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그의 전략적 ‘수완’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통의 라이벌 도시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후보지로 올려놓은 건 이들로부터 최대한 혜택을 받아내려는 복안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마드리드는 앞서 바르셀로나가 아델슨 회장의 마천루 계획에 난색을 표하자 고도제한을 풀겠다고 제안했다.

아델슨 회장의 장밋빛 청사진을 미심쩍어하는 부류도 많다. ‘유로베이거스’의 경제 효과가 현실화할지 회의적인 데다 잠재적으론 최종 유치 지역으로 결정된 도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카지노 건설을 반대하는 단체인 ‘유로베이거스 노(No)’는 “부동산 거품이 꺼져 스페인을 망가뜨린 3년 전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