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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 김성진> 마스터스와 KPGA, 그 빛과 그림자
마스터스 한국선수 대거참가
비약적 발전에 뜨거운 박수
국내무대는 여전히 개점휴업
한국 골프에도 봄은 올까


개천에서 용이 났는데, 그 개천은 썩어 들어가고 있다. 

경제효과 1억달러, 세계 최고의 골프대회, 각본 없는 드라마의 산실…. 온갖 말의 성찬이 끊이지 않는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6일(한국시간) 개막한다. 전 세계 골프팬들은 눈과 귀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의 내셔널GC에 고정시키고 별들의 골프축제를 고대하고 있다.

마스터스는 ‘출전하는 것만도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 만큼 출전 자격도 까다롭다. 세계 랭킹 50위 이내, 올 시즌 우승자, 메이저 대회 챔피언 등 까다로운 출전자격을 통과한 한국 선수도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김경태 케빈나 등 5명이나 된다. 10년 전만 해도 최경주 혼자 고군분투하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골프 후진국인 한국에서, 서구 선수들에 비해 왜소한 체격조건, 열악한 골프 인프라를 극복하고 그 자리에 선 이들은 출전만으로도 뜨거운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나고 자란, 또 골프선수로 성장한 토양이 됐던 KPGA(한국남자프로골프) 투어의 4월은 잔인하기만 하다.

미국 PGA투어가 이미 15개 대회를 치른 반면, KPGA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4월 26일 시작되는 발렌타인 챔피언십이 개막전이다. 지난해 KPGA 대상을 받은 ‘얼짱 골퍼’ 홍순상(SK텔레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홍순상은 현재 아시안 투어를 돌고 있다. 이번 주에는 싱가포르 클래식에 출전한다. 총상금 규모 4억원으로 국내 중급대회 수준이다. 홍순상 외에 모중경 황인춘 김형성 강욱순 등 베테랑들도 다수 출전한다.

뛸 곳이 없다. 마스터스 같은 대회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국내 여자투어 대회의 70~80% 정도만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순상 김형성 등 아시안 투어 시드가 있는 선수들은 아쉬운 대로 그곳에서 뛰면 된다. 아시안 투어의 랭킹포인트가 국내 투어보다 많아서 해외 진출에 유리하다지만, 국내에 쟁쟁한 투어가 있다면 굳이 그곳을 고집할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국내 하위권 시드권자들은 아시안 투어에 나갈 수도 없다. 골프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생각을 했다면 누구나 꿈꾸는 1부 투어 시드를 손에 쥐었는데, 출전할 대회가 없으니 허탈할 뿐이다.

물론 최경주 양용은 등이 활약할 당시에도 대회 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하지만 이들이 일본을 거쳐 꿈의 무대인 PGA 투어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고, 이는 최근 수년간 국내 투어가 활성화되는 비옥한 거름이 됐다. 김경태와 배상문처럼 선배들의 뒤를 이어 일본을 제패하고 미국땅을 밟았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2015년 프레지던츠컵을 한국에 유치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박삼구 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들어선 이명하 신임 회장과 집행부가 외부인 회장 영입 문제로 사실상 손을 놓다시피 하면서 KPGA는 개점휴업 상태로 수개월을 보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차기 회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그러나 선수들이 뛸 무대가 사라진 투어를 얼마나 빨리 되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폰서들도 잡음이 무성한 남자골프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런 혹독한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날씨처럼, 남자골프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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