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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쇼, 콘텐츠를 입다
마술을 접목시킨 쇼
영화형식을 빌린 쇼
행위예술과 같은 쇼

서울패션위크 퍼포먼스 활발
뉴욕도 SNS 생중계
디자이너 실험적 시도 호평


무대 위 모델이 걸음을 멈추고 관객을 관찰한다. 런웨이를 활보하던 아이돌 가수가 괴로운 몸짓으로 날개를 펼친다. 실험적인 무대에 관람객들은 당황하지만 이내 열광한다. 그런가하면 아예 무대가 사라지고 디지털 영상 패션쇼가 열리기도 한다. 또 마술쇼의 형식을 띤 패션쇼도 있다. 패션쇼장을 나서는 사람들은 옷에 대해 평가하기도 하지만 “재밌다” “재미없다”고 말한다. 쇼 자체가 중요한 관람 포인트인 셈이다.

디자이너와 유명스타, 그리고 패션계 전문가들만이 공유하며 오랫동안 상류층 문화를 형성했던 패션쇼가 최근에는 모두가 관객이 돼 즐기는 ‘진짜 쇼’로 떠오르고 있다. 의상, 초대손님 말고도 볼거리가 풍성한 콘텐츠로 변모한 것.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이 패션계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한 패션계 관계자는 “일종의 성역과도 같았던 패션쇼 무대를 유튜브(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와 트위터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며 “디자이너들도 좀 더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방식으로 쇼를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 강동준이 ‘디그낙’ 컬렉션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패션쇼를 선보였다. 찰리 채플린의 모습을 한 모델들이 마술과 영상을 결합한 독특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브릿지컴퍼니]

지난 2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춘계 서울패션위크 현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영상미디어와 SNS에 익숙한 젊은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퍼포먼스가 강화된 실험적인 패션쇼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신재희 디자이너는 런웨이를 없앴다. 영화 형식으로 컬렉션을 진행하며 관람객과 패션 관계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초월’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된 디지털 영상 패션쇼는 역설적으로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나는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인디밴드 ‘못(MOT)’과 협업했던 남성복 브랜드 반달리스트의 양희민 디자이너는 올해는 아예 음악을 직접 제작해 무대를 꾸렸다. 강한 리듬에 맞춰 전구를 단 고깔 모자를 쓴 모델이 행위 예술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다. 실수한 듯 뒤를 보거나 머리를 긁적이는 독특한 모델들의 연기는 관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 ‘디그낙’의 강동준 디자이너는 패션쇼에 마술을 접목시켜 주목도를 높였다.

유재부 상명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광고용 패션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디자이너들도 패션쇼를 전 세계에 전달될 문화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다”며 “K-팝(POP) 열풍에 유튜브 힘이 작용했듯이, 다양하고 실험적인 패션쇼 콘텐츠가 한류붐과 함께 유럽, 미국 등에 ‘패션한국’을 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자유롭고 실험적인 시도는 뉴욕, 파리, 런던, 밀란 등 세계적인 패션위크에서 불고 있는 ‘탈권위’ 바람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뉴욕패션위크에서는 캘빈클라인, 마이클 코어스 등이 페이스북, 트위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컬렉션 현장뿐만 아니라 무대 뒤 분장실까지 생중계로 공개한 바 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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