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제동 “스스로 불안케 하는게 제일 무서워”
김제동, MBC노조와 인터뷰서 사찰 심경 밝혀

“제일 무서운 건 알아서 불안하게 만드는 것”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연예인 사찰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내사의 최대 피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방송인 김제동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

김제동은 3일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에 위치한 자택에서 MBC 노동조합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식적인 심경 발표가 없던 김제동이 MBC 노조와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5일 미국 워싱턴, LA 등지에서 열리는 토크 콘서트 출국을 앞두고 자신이 없는 사이 의혹과 논란만 키우느니 솔직한 심경을 전하고 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김제동은 먼저 2010년 국정원 직원과의 두 차례 만남을 가졌던 것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노대통령 1주년 추도식 전후로 방송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분들이 가볍게 술이나 한잔 하자고 아는 분을 통해 연락해왔다”고 말한 김제동은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고 두번째 만났을 때 친해졌다 생각도 했다. 추도식 전이었는데 ‘추도식 가냐’, ‘명계남, 문성근 같은 사람들이 가면 좋지 않냐’,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냐, VIP께서 걱정하신다’고 했다”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추모식 불참을 권하는 국정원 직원에게 김제동은 자신은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대응했다.


김제동이 그간 국정원 직원과의 만남을 일일이 알리지 않은 것은 스스로 “쪼잔하고 찌질하다”고 생각돼서였다. 특히 “열악한 환경속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조차 없는 분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정원 직원과의 만남을) 억압이나 무거운 무게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들, 그분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고, 이 정도로 억압이나 탄압을 받았다고 얘기하면 그건 찌질하다”는 생각이었다.

김제동은 국정원 직원을 만났음에도 자신은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던 것을 언급하며 만일 만남을 가진 국정원 직원이 “‘고문당한다, 끌려간다’ 그랬으면 추도식에는 안 갔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그 만남이) 협박이나 탄압이라고 생각 안했다”고 말했다.

사찰 문건이 공개되고 그 안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것을 봤을 당시 김제동의 심경은 참담했다.

특히 “협박이나 외압 이런 게 겁나는 게 아니고 (사찰 문건에) 내용이 없다. 그게 무섭다”는 김제동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세금? 만났던 여자? 누나한테 송금해준 게 혹시 자금법 위반? 친구들한테 돈 빌려준 게 문제였나? 상상이 된다. 자꾸 움츠러든다. 암묵적으로 느끼는 불안, 사찰 탓이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사실 제일 무서운 건 그거다. 알아서 불안하게 만드는 것. 나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나는 빨갱이인가. 당신들이 말하는 좌파 연예인의 기준이 뭔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그 자체가 심각한 검열이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번 사찰문건 공개로 언론에 수도 없이 오르내리면서도 김제동은 현재의 상황을 최대한 담담히 받아들이려 애썼다.

특히 “나는 한 여성에게 내밀하게 사찰 당하고 싶은 한 남성이다. 민정 씨하고는 연애할 수 있지만 민정수석하고는 연애할 마음이 없다”고 우스갯소리를 한 김제동은 “저는 최대한 웃겨야 되는 사람이고, 이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다만 (이 상황을) 저는 코미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광범위하게 퍼진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힘없는 사람들한테 국정원 직원이 찾아가 그런 일을 한다면 그건 폭력이다. 그게 가장 심각한 부분”이라고 꼬집으며 “(사찰 역시)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했을 것 아니냐. 우리의 세금을 가지고 우리의 뒤를 캐면. 나야 뭐 사찰할 필요가 없다. 트위터 팔로우 하라. 하루 서너번씩 어디 있는지 다 올린다”는 생각을 전했다.

김제동은 특히 “핵심은 (당하는 사람이) 회유나 협박으로 받아들였냐는 것, 동일한 행위를 다른 사람에게 했을 때 그 사람들이 아픔을 느꼈다면 사과해야 한다. 나는 찌질하고 쪼잔하게 싸우고 싶지 않고, 별지장 없이 살고 있다. 그러나 김종익씨나 여러분들, 그분들에 관해서는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라면서 민간인사찰 파문에 휩싸인 현상황을 지적했다.

이번 사찰 파문과 관련 김제동은 마지막으로 “문건에 제 이름을 적어주셔서, 신문 1면에 제 이름 나가게 돼서 감사합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국가 기관이 조사해도 흠결이 없는 남자다 발표를 하세요. 웬만한 결혼정보회사보다 조사 잘 했을 것 아닙니까 나이나 외모 빼고는 큰 흠결이 없다고 발표를 해줘요. 서로 이렇게 퉁치자니까요”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김제동은 미국 메릴랜드, 뉴욕, LA에서 열리는 ‘2012 청춘콘서트 미국편’ 참석을 위해 5일 출국하며 8일 LA공연을 마친 뒤 10일 귀국한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