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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세 대비 3040세대 통장 3개는 가져라
누구나 풍요로운 노년을 꿈꾼다. 그러나 통장을 들여다보면, 은퇴 후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도 갖고 손주들에게 용돈도 척척 주는 생활은 까마득하다.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한숨 섞인 자조는 벌이가 많든 적든, 다르지 않다. 물가는 오르고 자녀교육비도 늘어가니, 노후준비란 말은 꼭 ‘팔자 좋은 소리’로 들린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한결같다. 당장 지출관리에 들어가 씀씀이를 짜임새 있게 줄이고 지출관리에 나서라는 것. 오랜 기간 분산투자를 통해 자산수익률을 높이라는 조언도 빠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당장 가계부를 들여다보면 줄일 곳이 없고, ‘원금보장’을 고집하다 보니 투자 수익도 지지부진하다. ‘관리와 투자’ 어떻게 하라는 거지?

▶3개의 통장을 만들어라=열 살난 아들을 하나 둔 김성진(43)ㆍ이연희(38)씨 부부. 결혼 이후에도 계속 맞벌이를 해왔고 월 600만원대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도 저축이 쉽지 않다. 매달 쓰고 남는 돈이 고작 80만원이다.

아이교육비 120만원, 부부용돈 110만원 관리비를 포함한 생활비에 230만원, 그리고 양가 부모님 용돈 및 경조사에 60만원이 나간다. 저축과 보험에 들어가는 돈은 고작 80만원이 전부다. 대출은 없지만 아직 집이 없고, 또 자녀의 대학등록금이나 노후자금을 고려하면 은퇴 후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셈이다. 김 씨 부부에겐 어떤 자금 설계가 필요할까.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는 김 씨 부부에게 우선 ‘내집 마련’ ‘노후자금’ ‘자녀 대학등록금’ 등 목적자금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표 참조

먼저 현재 4억원 수준의 30평형대 아파트를 5년 뒤 마련하고자 하면 아파트 값 상승률을 연 2%로 가정했을 때, 4억4000만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재 가진 전세보증금(2억원)과 금융자산(7000만원)을 합하면 필요한 추가자금은 1억7000만원. 이 중 30%는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5년 동안 1억2000만원을 모아야 하는 셈이다. 연 5% 수익률을 가정하면 한 달에 꼬박꼬박 175만원을 저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노후 생활비를 월 250만원으로 가정했을 시, 물가상승률을 연 3%로 본다면 65세 이후 매달 480만원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연금액 수령을 염두에 둔다 해도 은퇴 시점에 6억원 가까이 있어야 원하는 수준의 노후생활비를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자녀 대학등록금은 어떨까. 2012년 현재 4년제 대학의 등록금은 4000여만원. 교육비 상승률을 5%로 가정하면 10년후 대학등록금은 6500만원이다. 월 41만원씩 10년간 불입해야 대학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지출관리가 시급하다”면서 “내집 마련에 매달 175만원, 노후자금 마련에 122만원, 자녀 대학등록금 마련에 41만원을 저금하고 교육비와 부부용돈 생활비 등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목표액을 정했으면, 소득과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맞벌이는 소득과 지출을 따로 관리하기가 쉬운데, 이 경우 각각에서 새는 돈이 생기기 쉽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3개의 통장을 강조한다. 월소득이 입금될 급여계좌와 예측치 못한 지출 처리를 위한 예비계좌, 그리고 소비지출에 활용할 생활계좌를 만들어 운용하라는 것. 이렇게 하면 얼마의 소득이 어떻게 배분돼 쓰였는지를 알 수 있다.

이용필 미래에셋 연구위원은 “예비계좌는 월평균을 넘는 소득을 누적했다가, 소득이 줄거나 긴급자금이 필요한 경우 충당하는데 활용하면 된다. 주거ㆍ생활비의 3배 이상, 6배 이하를 유지하도록 해야 하고 사용기준은 꼭 미리 정해 해당 통장에 적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활비는 현금으로 인출될 경우 그 내역 파악이 쉽지 않기 떄문에 별도로 현금 지출기입장을 만들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장기 분산투자로 위험과 수익 잡아라=올해부터 일을 쉬고 있는 오모(62)씨의 머릿속엔 오직 ‘현금’, 이 두 글자 뿐이다. 오 씨는 목동과 일산에 아파트 두 채를 포함해 약 30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자산가. 그런 그도 여전히 현금에 목마르다.

오 씨는 “자산을 모으게 된 계기는 부동산 값이 크게 뛴 것과 한창 돈을 모을 당시 금리가 높아던 것 덕이었다. 지금도 대부분은 부동산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집을 팔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일정 수입이 있는 일을 얻는 게 낫겠다 싶다”고 전했다.

은퇴 이후가 길어지면서 현금 수입이 없는 오 씨와 같은 고민을 가진 은퇴자들이 많다. 오 씨는 “40대쯤 현역에 있을 땐 예순 다섯쯤 은퇴해 15년쯤 모은 돈을 쓰다가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떠날거라 생각했는데, 은퇴는 빨라졌고 지금으로선 30년은 더 살 거 같다. 물려줄 것 하나 없이 내 나이의 자식들을 두고 세상을 뜨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모아둔 돈을 안전하게 예치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금리로 먹고 사는 시대는 갔다. 이제 은퇴자금의 투자 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세울 때다. ‘보다 더 오래 사는 위험’을 ‘기회’로 여겨야 한다는 얘기다.

김희경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CFP(국제재무설계사)는 “일본 은퇴자들의 금융자산 구조를 보면 오래 사는 위험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연령대별 금융자산 보유비중을 보면 일본 고령자들의 투자성향은 적극적이다. 주식 및 투자신탁 등 위험자산을 포함한 유가증권의 보유비율이 젊은 연령층보다 높다.”고 말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자산 보유비중을 줄이는 전통적인 투자방식과는 반대의 모습인 셈이다.

김 연구원은 “물론 은퇴를 앞두고 공격적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나, 은퇴 이후 기간이 늘어난 걸 감안하면 투자 측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든다는 것을 감안하면 은퇴 후에도 충분히 장기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다양한 이머징 국가, 적립식 분산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 위험을 떠안고 대신 수익을 얻을 시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재식(55)씨는 이런 면에서 준비를 많이 한 편이다. 20대부터 재테크 관련 책이란 책은 모조리 섭렵하는 등 ‘돈 불리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은퇴하자마자 5억원대의 30평형대 아파트를 팔아 수도권의 20평형대로 옮겼다. 남은 자금 2억5000만원 중 1억5000만원은 서울 근교에 사무실을 매매해 임차료 수입을 받고 있고, 남은 1억원은 월지급식 펀드나 ELS 등에 부어 6~7%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조 씨는 “주식, 채권, 월지급식 상품 등에 대해 빠삭히 공부를 많이 한 편이다. 증권사 지점별 투자상담회 같은 곳에도 꾸준히 참가해 일을 쉬고 있는 데도 어느 정도 현금수익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를 하나 들 때에도 창구에서 추천하는 것을 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종목에 어느 정도 비중으로 투자를 하는지 전체 규모는 어떠하고 설정이 언제 됐는지 꼼꼼하게 따지는 편”이라면서 “결국은 부지런해야 원하는 만큼 자산관리를 할 수 있다. 40대나 50대도 100세 시대에선 절반 정도밖에 살지 않은 셈인데 투자 기회는 아직도 한참 남아있다”고 전했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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