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사찰정국’ 핵심 5인의 셈법은?
박근혜
“과거단절” 靑-野 2단 공격
새누리“ 되레 수혜자”새전기

한명숙
靑에“ 더러운 물타기”재반격
보수층만 결집 역효과 우려

이명박 대통령
前정권책임론 함께 엮어
당하면서도 새누리당 지원

문재인·이해찬도 타격 불가피

사찰문건 파문이 9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야권의 일방적 우세가 예상됐던 사찰 정국이 과거 정권의 문제로까지 번지며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요동치는 민심 속에서 현 정부의 대표 격인 이명박 대통령과 과거 정권 책임자인 문재인ㆍ이해찬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대표, 그리고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의 표정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관련기사 4·5·6면

지난주 금요일(30일)까지만 해도 ‘대통령 하야’까지 언급한 야당의 파상 공세에,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의 표정은 어두웠다. “새벽밥 먹고 고생한 보람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 “수도권에서 10석이 날아갔다” 같은 자조 섞인 목소리만 가득했다.

하지만 토ㆍ일요일 주말 동안 청와대가 “사찰문건의 80%가 노무현 정권에서 작성됐다”고 폭로, 민주당과 수차례 날선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과거 단절’을 내세운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

2일 강원도를 방문한 박 위원장은 청와대와 야당을 향한 양방향 공세를 계속했다. “지난 정권, 이번 정권 할 것 없이 모두 나를 사찰했다는 보도가 수차례 있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구태정치, 과거정치는 버려야 한다”는 전날 부산 발언의 연장선상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위원장을 이번 파문에서 유일한 ‘수혜자’로 꼽았다. 총선 선거전략으로 ‘과거와 단절, 미래를 위한 선택’ 카드를 제시하며 14년 당명까지 바꾼 박 위원장은 ‘네 탓’ 공방에서 맴돌고 있는 청와대, 야당 모두와 대립각을 세우며 선명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패’를 움켜쥔 것이다. 


반면 야권의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명숙 대표의 목소리는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다. “더러운 물타기”라며 청와대의 역공에 재반격을 하고 나섰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양비론을 불식시키기에는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이번 사찰 사건이 초원복국집 사건처럼 보수층의 결집효과만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우려는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야권에서는 “MB정부 심판론이 아직 견고하지만, 이런 여론이 후보 지지율로 수렴되지 않고 있다”며 초조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발 ‘역풍’은 민주당의 총선 선봉장을 맡아 부산과 세종시에 각각 출마한 문, 이 후보에게도 미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 후보는 국무총리를, 문 후보는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맡았다. 박 위원장이 지난 1일 예고도 없이 문 후보의 지역구를 방문해 전ㆍ현 정권을 싸잡아 비난한 것은 잠재적인 대권후보인 문 후보와 민간사찰을 엮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즉각 “청와대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자신들의 책임을 호도하려는 비열한 물타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항변했지만, 전 정권에서 작성된 문건 2200건은 총선이 끝날 때까지 ‘꼬리표’처럼 계속 따라다닐 악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한편 사찰 파문의 한가운데 선 이 대통령의 이해득실은 더욱 미묘하다. 본인의 레임덕을 재촉한다는 측면에서는 ‘최대 피해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청산 대상인 과거정권으로 몰리면서 새누리당의 총선과 대선을 적극 돕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이례적으로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반복하며 문건 해명과 과거정권 책임론을 부각시킨 청와대 참모진의 남다른 열정은 이 대통령의 이런 복잡한 심경과 처지를 대변하는 좋은 사례다.

이와 관련,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예측이 어렵다. 확대와 확산 일로로 가는 것은 틀림없다”며 복잡하게 꼬인 사찰 정국의 파장과 그 영향의 난해함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