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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하고, 꼭 필요한 사람에 더 혜택…스위스 모델 구축을”
스웨덴식 고복지·고부담 적용땐
고소득자 해외이주 등 부작용

재원·행정 능력이 복지수준 결정
판별기준 명확해야 비용부담 해소

16개부처 200여개 복지사업 시행
중복과잉·누수 방지 시스템 절실

일각에서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정신’이라 말하고, 누구는 ‘망국적인 포퓰리즘의 홍수’라고 한다. 복지 얘기다. 지난해 무상급식으로 촉발된 복지 논쟁은 양대 선거를 앞두고 그 정점을 찍고 있다. 어느 정도의 복지 지출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꼭 필요한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새로운 복지국가의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복지 체계 구축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복지가 없으면 안 되는 극빈층이 있는 반면, 중산층의 경우 복지로 인해 근로 의욕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안이 있습니까?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이하 권 부위원장)=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정확한 사실을 알고 합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식의 ‘고복지ㆍ고부담’으로 간다면 ‘부자증세를 할 것인가? 부자증세를 할 경우 고소득자들이 해외로 나갈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복지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습니다. 16개 부처에서 200여개 복지 사업을 시행할 정도입니다. 당연히 중복이 발생합니다. 2~3배 혜택을 받는 사람이 있는 반면,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효율적인 복지가 필요합니다. 중복 과잉과 누수를 방지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이하 이 교수)=모든 노인은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없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같은 낭비가 허다합니다. 이 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조원동 조세연구원장(이하 조 원장)=보편적인 복지를 비효율적으로 볼 수만은 없습니다. 선별적 복지가 ‘정원을 아카시아로 꾸밀 거냐, 목련으로 꾸밀 거냐’라는 개념이라면 보편적 복지는 정원을 넘어 숲을 꾸미는, 훨씬 덩어리가 큰 개념입니다. 정원보다는 숲이 있는 게 낫겠지요. 문제는 숲이 울창해졌을 때 사람들이 어떤 행태를 보이냐는 것입니다. 숲을 개방하면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와 훼손하고 지속 가능하지 못한 상태로 변화합니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새로운 복지국가의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복지 체계 구축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조원동 조세연구원장,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사회=결국 한정된 비용 내에서 어떻게 효율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권 부위원장=노인 부양 같은 경우 국가가 어느 정도 책임을 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실제 비용은 예상보다 1조원이 더 들었습니다. 수혜자도 30만명가량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90만명에 달했습니다. 동사무소 직원이 장애 등급을 판단하고 이를 중개해주는 민간기관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노인을 돌보는 요양사가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수요가 많아야 이익입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지급해야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누수가 발생한 경우가 많습니다.

▶조 원장=노인 요양 같은 경우 어느 나라나 생각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듭니다. 하지만 노인과 장애인 부문을 복지 차원에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들을 가정에서 돌봐야 한다면 다른 생산적인 인력이 가족 요양에 묶이게 됩니다. 최근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하는데 요양사 등이 큰 부문을 차지했습니다. 고용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는 것입니다.

▶권 부위원장=국가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세금이 들어갑니다. 비능률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경우 교수ㆍ간호사 등이 모두 공무원입니다. 민간에서 발생하지 않는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공무원 숫자 늘려 일자리 만든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 교수=중산층이 사회복지적 보조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보육ㆍ주거ㆍ사교육 등 몇 가지 특수한 경우로 국한됩니다. 이 부문에 대한 사회복지적 보조는 그 용도에만 지출하도록 하는 바우처 제도만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망하는 복지’가 아닌 새로운 차원의 복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이 교수=선별적 복지를 한다고 할 때 명확한 판별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또 비용이 듭니다. 선별적 복지가 가능한데 행정 편의상의 이유로 보편적 복지를 하는 경우가 있는지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복지를 유지할 수 있는 두 축은 재원과 행정 능력입니다. 이것이 복지 수준을 결정하게 됩니다.

▶권 부위원장=스웨덴식 복지 도입을 위해서는 세금을 더 부담한다는 국민적인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식의 저부담ㆍ저복지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일을 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꼭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주는 스위스 모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 원장=적어도 10조원 이상이 드는 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재원 대책을 반드시 공론화해야 합니다. 또 복지는 시장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적절한 행정력이 필요합니다. 민간에 복지를 대행시킬 경우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해 더 큰 비효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정리=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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