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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데 시체는 왜 훔치려 했던거지?
거액의‘무엇’인가를 두고 박터지는 쟁탈전‘시체가 돌아왔다’…한국판‘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
‘시체가 돌아왔다’(감독 우선호)는 제목은 언뜻 공포영화나 할리우드 B급 좀비물처럼 들리지만, 아니다. 거액의 무엇인가를 두고 물고 물리는 쟁탈전을 다룬 한국영화다. 장르적인 계보로 치자면 ‘쉘로우 그레이브’나 ‘록 스탁 앤 스모킹 배럴스’ ‘스내치’ 등 90년대 유행했던 할리우드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경쾌한 코미디 액션물이다. 몇 무리의 사람들이 속고 속이고 서로 뒤통수를 치며 물건을 빼돌리려는 사기극이 얼개다. 그러다보면 자칫 동선이 얽히고 스토리가 감당이 안될 수 있지만, ‘시체가 돌아왔다’는 장르영화의 쾌감을 잘 살려냈고 탄탄하게 극을 전개시켰다. 영화사에 따르면 개봉 전 시사회와 모니터 과정에서 특히 젊은 관객의 반응이 좋았다.

으스스한 영화 제목은 천문학적 액수의 물건이 시신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붙여졌다. 네 무리가 시신을 얻기 위해 쫓고 쫓기며 물고 물린다.

한 기업에서 벌어진 범죄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혜성이라는 거대 기업의 회장이 자사의 연구원이 개발한 피부암 치료 목적의 인공피부 개발 마이크로 칩을 해외로 빼돌려 수천억원에 팔려고 시도한다. 


검ㆍ경은 혐의를 포착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무능하긴 마찬가지다. 수사는 무위에 그치고 기업주는 풀려난다. 유력자가 구속만 되면 아픈 척하고 휠체어에 앉는 것은 현실 그대로다.

경찰에서 나오자마자 휠체어에서 앰뷸런스로 갈아탄 기업주는 자신의 몸속에 마이크로 칩을 이식해 출국하려 시도한다. 그러나 연구성과도 뺏기고 일자리마저 위협당한 채 월급도 한푼 못 받고 있던 연구원이 구급차를 가로막는다. 그 중 연구원 한진수(정인기)가 기업주 일당의 음모로 교통사고를 위장한 습격을 당하고, 혼수상태로 병원에 눕게 된다.

그래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선배를 보다못한 후배 연구원 현철(이범수)이 나서고, 클럽이나 다니며 연구원인 아버지 한진수의 속을 꽤나 썩였던 딸 동화(김옥빈)도 얼떨결에 의기투합한다. 이들의 목적은 오직 회사에서 밀린 월급과 동화 아버지의 입원비 및 치료비를 받아내자는 것이다.

그러던 중 기업주가 사망한다. 시신에 마이크로 칩이 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현철과 동화는 오로지 장례식을 방해하기 위해 시신을 훔치기로 모의한다. 둘은 영안실로 잠입해 시신을 빼돌리는 데 성공하지만, 죽은 자를 싸맸던 천을 열어보니 웬걸, 정체 모를 젊은 사내다. 그리고 살아있다. 사채빚에 쫓기다 ‘죽은 척’했던 안진오(류승범)라는 남자다.

깨어난 안진오는 현철, 동화와 어쩔 수 없이 시신 탈취작전에 합류하게 된다. 냉철한 연구원 현철과 ‘뼛속까지 불량기’인 동화, 입만 열면 거짓말인 진오가 한 팀이 된 것. 여기에 진오를 쫓던 불법 사채단이 뒤를 따르고, 기업주의 범행을 주도하던 임원(정만식) 일당도 마이크로 칩을 얻기 위해 현철 일행과 추격전과 머리싸움을 벌인다.

‘박터지는 쟁탈전’의 끝에는, 늘 그렇듯 공권력이 있다. 기업범죄를 쫓는 국정원 직원이다.

이렇듯 모두 네 무리가 얽히면서 영화의 재미가 상승해간다. 우선호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데뷔하는 신인이지만, 시나리오를 만들고 연출하는 데 상당한 재능을 보여준다. 극이 진행돼 갈수록 관객은 정보를 하나씩 알아가지만 극중에선 상황 전체를 꿰뚫고 있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 시신이 어디 있는 줄 모르거나, 시신 속에 마이크로 칩이 은닉돼 있는 줄 알지 못하거나, 앞서가고 뒤따르는 무리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셋 중 하나다. 등장인물 사이에 정보를 효율적으로 통제했다. 네 무리의 일당이 부딪히는 상황도 속도감을 잃지 않고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개성있는 배우의 호연과 앙상블도 볼 만하다. 김옥빈은 머리를 원색으로 물들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펑크걸’ 이미지로 강렬한 인상을 더했고, 이범수는 무게중심을 잡았다. 무개념의 막무가내 캐릭터를 연기한 류승범은 잊을 만하면 특유의 거침없는 어투와 몸개그로 유머 펀치를 던진다.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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