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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과 남자사이…‘반전의 매력’
‘해품달’ 훤앓이의 주역 김수현
“중전위해 옷고름 한번 풀지”
앳된 얼굴·농밀한 목소리…
대한민국 여심 뒤흔들어

소속사 사장 배용준 선배
일일이 연기 모니터 해줘
관객에 신뢰받는 배우가 꿈


훤의 팔이 중전 허리를 감아 당긴다. 훤이 입을 연다. “좋소. 내 중전을 위해 옷고름 한 번 풀지.” 앳된 얼굴인데 농밀한 목소리다. 무엇보다 그윽한 눈빛에는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훤의 이 말 한 마디에 대한민국 여심(女心)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녹아 내렸다.

첫 사극 출연작인 MBC ‘해를 품은 달’에서 ‘수현앓이’를 일으키며 ‘라이징스타’로서의 면모를 한껏 드러낸 배우 김수현을 최근 중구 정동 헤럴드경제 본사에서 만났다. 이제 갓 24살 된 배우는 자신에 관한 얘기를 꺼낼 때는 쑥스러운 듯 “흠! 흠!”하며 헛기침을 하거나 “흐흐”하며 민망한 듯 웃었다. 대답하기 전 몇 초간 침묵하거나 어투에 강약을 달리하며 ‘훤’처럼 말하기도 했다.

“톱스타? 이르지 않나 생각 들고요. 사실 아직은 모르잖아요. 그래서 겁을 먹기도 하고요.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뿌듯하기도 하고, 물론 기분은 좋고. 그런 상태인 거 같습니다.”

김수현은 드라마 한 편으로 일약 스타로 떠오른 데 대해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아직 일상을 즐길 시간이 없어서요.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시간에는 못 느꼈는데, 촬영장에서 응원하는 팬들이 오는 횟수가 많아졌어요. 그 중에선 어머님들이 많이 찾아와 주셨고, 어떤 분은 아기를 데리고 오기도 하고….” 40ㆍ50대 ‘이모팬’들의 열광에 대해선 “사극이어서 그러지 않았을까요?”라고 해석했다. 또 ‘수현앓이’냐 ‘훤앓이’냐 묻자, “수훤앓이?”라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자신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해를 품은 달’에선 제가 할 수 있는 연기의 한계에 부딪쳤어요.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많았고. 왕이니까 모든 걸 다 가졌지만 그 안에 아픔과 슬픔, 고뇌를 표현해야 하는데, 특히 정치를 한다든가 할 때 아는 것이 없다보니까, 심리전이 많이 부족했고요. 대신들과의 기싸움에선 그들을 휘두를 만한 에너지가 많이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김수현은 상대배우 한가인과의 키스 연기가 어땠냐고 묻자 “민망했어요”라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좋소. 중전을 위해 옷고름 한 번 풀지’를 가장 애착가는 대사로 꼽으며, “‘내가 이런 대사를 언제 해보나?’ 싶어 좋았다”며 소년 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하지만 그는 대왕대비전과의 대면 장면이자 대선배 김영애와의 카리스마 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김수현은 “그 부분은 감독님께 감사해야죠”라고 답했다. “사실 처음에 김영애 선생님과 마주할 때는 눈을 어디에 둘지 몰랐었어요. 어떻게든 이걸 해야 되니까, 억지로 한 적도 있어요. 나중엔 김영애 선생님이 편하게 해주셨고, ‘슛(Shoot)’이 안 들어갈 때는 계속 우스갯소리도 해주시고. 선생님이 애교가 많으세요.”

순수하면서도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반전’ 매력은 ‘수현앓이’를 일으킨 원동력이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부분인데요”라면서 운을 뗀 그는 “상반된 이미지, 블랙 앤 화이트 또는 섹시 앤 큐트 같은, 상반된 이미지가 충돌할 때 매력을 느끼잖아요. 어떤 장면에선 소년 같고, 어떤 장면에선 조금 남자 같기도 하고. 근데 ‘같은 놈’이고. 그런 연기를 하는 게 좋았어요.”

느끼한 대사를 전혀 느끼하지 않게 소화한 데는 소속사 사장인 배용준 키이스트 대표의 연기 코치가 한몫했다. “배용준 선배님하고는 ‘드림하이’ 때부터 연기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는데요. 이번엔 일일이 모니터를 다 해주셨어요. ‘훤은 아직 남자가 되기 전의 나이다. 물론 훤이란 인물은 굉장히 영리하고 날카롭고 똑똑한데, 그런 쪽으로 치우친다면 징그러워질 수 있지 않겠니?’라고요.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제가 중요한 거를 빼먹었더라고요. 아직 순수한 거를. 그래서 또 한 번 배웠죠.”

김수현은 평생 연기가 꿈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이젠 모든 관객들에게 신뢰받는 배우가 되는 게 제 목표예요. 영화면 영화, 드라마면 드라마, 연극이면 연극, 뭐 어떤 제목이 나왔을 때, ‘그게 뭔데?’ ‘김수현 나오는 거’ ‘아, 그럼 볼 수 있고’ 그렇게 출발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같이 무대에 서는 배우들에게도 믿음을 주고 싶고요.”

그는 끝으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훤에겐 항상 고마워할 거 같습니다.”라며 훤에게 안녕을 고했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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