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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현 “배용준 선배님이 일일이 모니터 해주셨죠”
훤의 팔이 중전 허리를 감아 당긴다. 훤이 입을 연다. “좋소. 내 중전을 위해 옷고름 한번 풀지.” 앳된 얼굴인데 농밀한 목소리다. 무엇보다 그윽한 눈빛에는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훤의 이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 여심(女心)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녹아 내렸다. 그리고 외쳤다. “김수현! 너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난거니?”

첫 사극 출연작인 MBC ‘해를 품은 달’에서 ‘수현앓이’를 일으키며 ‘라이징스타’로서의 가치를 한껏 드러낸 배우 김수현을 최근 중구 정동 헤럴드경제 본사에서 만났다. 이제 갓 24살 된 배우는 자신에 관한 얘기를 꺼낼 때는 쑥스러운 듯 “흠! 흠!”하며 헛기침을 하거나 “흐흐”하며 민망한 듯 웃었다. 대답하기 전 몇초간 침묵하거나 어투에 강약을 달리 하는 등 ‘훤’처럼 말했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잘 간파하고 있는 똑똑한 배우이자, 인생 설계가 뚜렷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 드라마 한편으로 일약 톱스타가 됐는데….
▶“톱스타? 이르지 않나 생각 들구요. 그게 사실 아직은 모르잖아요. 그래서 겁을 먹기도 하구요.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뿌듯하기도 하고, 물론 기분은 좋고. 그런 상태인 거 같습니다. 흠!흠!”

- 언제 인기를 실감하나.
▶“아직 일상을 즐길 시간이 없어서요. 직접 몸으로 부딛치는 시간에는 못 느꼈는데, 촬영 현장에서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오는 횟수가 많아졌어요. 그 중에선 어머님들이 많이 찾아 와 주셨고, 어떤 분은 아기를 데리고 오기도 하고…”

40ㆍ50대 ‘이모팬’들의 열광에 대해선 “사극이어서 그러지 않았을까요?”라며 나름의 해석을 내렸다. 또 ‘수현앓이’냐, ‘훤앓이’냐 묻자, “수훤앓이?”라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지난 16일 드라마 종방연 자리에서 모든 스태프들을 향해 절을 올리는 게 인상적이었다.
▶“드라마에서 스태프들과 가까워진 게 처음이다보니. 다들 추위와 배고픔, 잠과 싸워서 고생했잖아요. 그래서 마지막 촬영날 절을 하려고 했었어요. 왕 옷을 입고 있으니까, 왕을 졸업하는 하는 의미에서. 그런데 그 때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절을 못 올렸거든요. 종방연 때 마침 다같이 모여있어서 지금 하면 되겠다 싶어서 미뤄둔 절을 했죠.”

- 지난해 KBS 연기대상 신인상 수상 소감에서 “딱 10년만 지켜봐달라”고 시청자에게 당부한 신인 배우로서의 각오가 지금은 어떻게 달라져 있나.
▶“사실 그렇게 많이 달라진 건 없습니다. 물론 ‘해를 품은 달’에서 좋은 결과물을 얻었지만, 그때 말씀드린 건 ‘빨리 뜨겠습니다’란 말이 아니라, ‘그저 좋은 배우가 되어있겠습니다’란 정도였어요. 아직은…. 물론 지금 이 정도 위치에 자리할 수 있어서 기분 좋지만, 아직까진 할 일들이 많아서요. ‘해품달’에서 받은 숙제도 있고.”


“‘해품달’ 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연기의 한계에 부딪쳤었거든요. 어떤 부분은 만족 스럽지 못한 부분도 많았고. 핑계를 대자면 왕처럼 살아본 적이 없어서요. 왕이니까 모든 걸 다 가졌지만 그 안에 아픔과 슬픔, 고뇌를 표현해야하는데, 특히 정치를 한다던가 할 때 아는 것이 없다보니까, 심리전이 많이 부족했구요. 대신들하고 기싸움을 벌여야하는데, 그 대신들을 휘두를 만한 에너지의 크기가 제가 가진 부분에 비해서 많이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 대왕대비전과의 대면 장면에선 대선배 김영애와 카리스마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 부분은 감독님께 감사해야죠. 사실 처음에 김영애 선생님과 마주할때는 눈을 어디에 둘 지 몰랐었어요. 어떻게든 이 걸 해야 드라마가 되니까, 억지로 한 적도 있어요. 나중엔 김영애 선생님이 편하게 해주셨고, ‘슛(Shoot)’이 안 들어갈 때는 계속 우스개 소리도 해주시고. 선생님이 애교가 많으세요.”

- 그럼 NG도 많이 냈나.
▶“촬영 초반엔 NG도 많이 냈어요. 눈물을 흘리거나 긴 대사를 주고받다가 NG를 내 맥이 뚝 끊기면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선생님과 할때는 죄송스럽기도 하고. 처음에는 그런 거 때문에 더 긴장에서 더 NG 내고 그랬거든요. 나중에 17~18회 정도 가서야 많이 적응을 하긴 했지만요.”

-‘연우’(한가인 분)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를 밝혀낸 뒤 오열하는 장면 등 우는 연기가 많았다. 눈물 연기는 어떻게 다 소화했나.
▶“감정을 어디서 끌어 오고, 슬픈 생각을 하고 그런 걸(계산을) 잘 못해서, 그 저 그 안에서 집중하는 편이에요. 평소에도 눈물 흘리는 걸 좋아해요. 눈물 흘릴 때만 느낄 수 있는, 그 기분 같은 게 있어요”

- 한가인과의 키스 연기는 어땠나.
▶“(웃으면서) 민망했죠. ‘드림하이’ 때도 민망했어요. 그냥 갖다 대고 있었던 거죠”



- 애착가는 대사나 장면은.
▶“‘좋소. 중전을 위해 옷고름 한번 풀지’. 민망했어요. 간지럽고. 그 대사를 하면서 ‘내가 이런 대사도 해보기도 하나?’ 싶어 되게 좋았어요. 그리고 감정 장면에 있어선 ‘가까이 오지마라’ 뭐 이런 거. 좋은 대사들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 아직 순수함이 많이 남아있는, 소년에서 남자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사실은 소년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딱 그 경계에 있는 거 같아서, 그래서 지금 연기를 하는게 행복한 거 같습니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비로소 남자가 된다고 하니, “군대도 가야죠”라고 힘줘 말한다.

- 김수현의 이런 이미지가 순수하면서도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훤의 ‘반전’ 매력으로 직결됐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부분인데요. 굉장히 상반된 이미지, 예를 들면 단순하게 블랙 앤 화이트, 또는 섹시 앤 큐트. 이런 상반된 이미지가 충돌할때 매력을 느끼잖아요. 그래서 연기할때 어떤 장면에선 소년 같기도 하고, 어떤 장면에선 조금 남자 같기도 하고. 근데 ‘같은 놈’이고. 그런 연기를 하는 게 좋았어요.”

-소속사 사장인 배용준 키이스트 대표가 연기에 대해서 뭐라고 하나
▶“배용준 선배님은 ‘드림하이’ 때부터 연기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는데요. 이번엔 일일이 모니터를 다 해주셨어요. 그래서 칭찬도,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또 지적도 해주시고. ‘훤은 아직 남자가 되기 전의 나이다. 물론 훤이란 인물은 굉장히 영리하고 날카롭고 똑똑한데, 지금 수현이 너가 그 쪽으로 치우쳐진다면 징그러워질 수 있지 않겠냐?’고 그 말씀 듣고 나서 보니 그렇더라구요. 제가 중요한 거를 빼먹었드라구요. 아직 순수한 거를. 그래서 또 한번 배웠죠.”

- 연기관이나 연기자 상이 있다면.
▶“평생 연기하는 게 꿈이고, 그 과정에서 이젠 모든 관객들에게 신뢰받는 배우가 되는 게 제 목표에요. 영화면 영화, 드라마면 드라마, 연극이면 연극. 어떤 제목이 나왔을 때, ‘그게 뭔데?’ ‘김수현 나오는 거’ ‘아, 그럼 볼 수 있고’. 그렇게 출발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나중에는 같이 무대서는 배우들에게 신뢰받고 싶구요.”

김수현은 외동아들의 내성적인 성격을 걱정한 어머니가 연기학원을 추천하면서 처음 연기에 발을 들여놓았다. 연기를 하기 전엔 제대로 표현 할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일 조차 꺼렸다. 그러다 연기를 배우면서 자신의 껍질을 하나씩 하나씩 벗었다. 대학입시 때 다른 대학교는 죄다 낙방하고 삼수 끝에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또래 보다 늦게 입학했을 때도 어머니는 아들을 한결같이 믿고 응원했다.

어머니가 어떤 분이었는 지 묻자 그는 한참을 곰곰히 생각하더니, “어, 좀 슬프네, 말이 안나오네”라고 했다. 그러더니 “대학교에선 주변에 연기하는 친구들 가운데 부모님이 안 좋아 해서 어느 정도 이상 되지 않으면 연기를 그만 해야한다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랬지만 저희 어머님은 굉장히 믿어주시고, 밀어주셨어요. 그 힘이 대단했던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훤에겐 항상 고마워할 거 같습니다. 좋겠되서”라는 말로, 훤에게 안녕을 고했다.

<한지숙 기자 @hemhaw75>/jshan@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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