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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겨운 “완벽한 남자? NO! 알고 보면 인간적인 ‘허당’”(인터뷰)
180cm 넘는 훤칠한 키에 딱 벌어진 어깨, 거기다 얼굴까지 잘생겼다. 일명 ‘보고만 있어도 훈훈해진다’는 뜻을 가진 ‘훈남’의 조건에 딱 맞아떨어진다. 바로 모델출신으로 지난 2004년 모바일 드라마 ‘다섯개의 별’로 연기자로 데뷔한 배우 정겨운이 그 주인공이다.

정겨운은 2009년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지시킨 뒤 ‘닥터챔프’, ‘싸인’, ‘로맨스 타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특히 그는 ‘백화점 홍보 실장’, ‘재벌 2세’, ‘강력팀 형사’, ‘유도 국가대표 선수’ 등 주로 남성적이고 멋있는 역할만 도맡아 오며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얼마 전 종영한 SBS ‘샐러리맨 초한지’를 통해서는 최단 기간 대기업의 이사자리에 오른 최항우 역을 맡아 전형적인 ‘나쁜남자’의 매력을 한껏 과시했다.

최근 서울 강남에 한 스튜디오에서 마주한 정겨운의 모습에는 브라운관을 통해 공개됐던 ‘차도남’ 이미지는 온데 간 데 없었다. 다소 과묵하긴 했지만, 깊은 속내를 드러내는 그의 모습에서 훈훈한 사람 냄새가 풍겨져 나왔다.



# 악역 같지 않은 인간적인 캐릭터 최항우.

정겨운은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최항우 역을 맡아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이범수(유방 역)와 맞섰다. 극초반부터 개인적인 원한을 풀기위해 천하그룹을 압박하는 그의 모습은 소름까지 돋았다. 또 홍수현(우희 역)과 붙는 신에서는 차갑고 냉철한 성격을 보이며 ‘나쁜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극이 진행될수록 정겨운은 철두철미할 것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틈틈이 빈틈을 보였다. 특히 이범수와 홍수현 등 상대 배우들과의 붙는 신에서 그는 여러차례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처럼 언뜻, 어뜻 보이는 그의 코믹적인 모습에 대중들은 SNS 등을 통해 큰 호평을 전했다.

“이전과 다른 코믹적인 제 모습을 대중들이 좋게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저 역시 드라마를 모니터 하면서 SNS를 통해 올라오는 실시간 댓글을 많이 보는데, 저에 대한 평가가 좋게 나오더라고요. 그런 대중들의 응원과 기대가 연기함에 있어 저에겐 큰 힘이 됐죠. 사실 ‘샐러리맨 초한지’가 초반에 시청률이 낮아 힘들었거든요. 근데 점점 힘이 붙더니, 나중엔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죠. 이때 기쁨에 겨워 제 트위터에 글을 남기기도 했어요. 하하.”



이처럼 드라마에 대한 얘기로 한창 들떠 있는 정겨운에게 본격적으로 최항우 역에 대해 질문하자 그가 눈을 번뜩였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바뀐 정겨운에게 있어 최항우 역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약 2달여간 동고동락했고, 캐릭터 자체가 그에게 있어 새로운 시도였기에 그도 그럴 법도 했다.

“제 작전이 잘 먹혀들어간 것 같아요. 악역이지만, 악역답지 않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거든요. 악역이라고 설정됐지만, 단지 아버지 원수를 갚는 것 뿐이지 결국 악역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처음부터 작전대로 잘 진행됐고, 캐릭터가 정말 잘 잡혀서 수월하게 촬영했어요. 사실 촬영내내 ‘나는 절대 악역이 아니다’라고 되뇌였죠. 제 스스로도 이번 역할에 대해 만족했고, 후회가 남지 않게 잘 마무리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 완벽한 남자? NO! 알고 보면 ‘허당’.

‘샐러리맨 초한지’에서도 그랬지만, 정겨운은 그간 연기했던 작품들 속에서 늘 자신감 넘치고, 실수를 용납지 않는 완벽한 남자의 표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모델 출신다운 외형적 이미지는 대중에게 있어 그가 ‘차도남’ 이미지로 자리 잡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실제 제 성격은 완벽하다기 보다 허점이 많아요. 일명 ‘허당’이라고 하죠. 저를 실제로 보면 인간냄새가 난다고들 말씀하세요. 누구하고든 잘 지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입히는 것을 꺼려하죠. 자유를 즐긴다고 할까. 낙천적이에요. 드라마로 치면 ‘닥터챔프’에서 연기했던 박지헌 역이 제 성격과 일치해요. 단순하면서 남자다운 모습 말이죠. 그 당시는 연기한다고 생각하기보다 평상시 제 모습을 보여줬어요. 하하”




# 멋있는 역만 한다고? 이젠 코믹하게 망가지고 싶다.

배우에게 있어 ‘역할의 한계’는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된다. 정겨운 역시 데뷔 때부터 잘생긴 외모로 대중에게 주목받았고, 주로 멋있는 역만 도맡아 왔다. ‘샐러리맨 초한지’는 어쩌면 그에게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제가 원래 남을 웃기는 것, 즉 코미디에 욕심이 많아서 이번 드라마 촬영 때도 이것, 저것 많이 시도했어요. 나중에는 코믹적인 부분을 시도할 수 있게 그런 신들이 많아지더라고요. 특히 감독님과 작가님이 (웃기는 것에)너무 치우쳤다고 말리시기까지 했죠. 특히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범수형이 유방이란 캐릭터를 정말 재미있게 잘 표현해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저도 이젠 코믹적으로 망가지고 싶어졌어요. 하하.” 



# 질리지 않는, ‘양파’ 같은 배우 되고 싶다.

흔히들 매번 새로운 매력을 보이는 사람을 향해 ‘양파’ 같다고 말한다. 배우 역시 늘 새로운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반면 언제 봐도 늘 똑 같은 이미지에 고정된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배우는 한결 같지만 대중에게 쉽게 식상함을 불러온다.

정겨운은 후자 보단 전자를 택했다. “20대 땐 뭔가 애송이 같고, 열매를 잘 익게 하지 못했다면, 이제 30대가 되니 생각이 달라졌죠. 선배들이 ‘30세를 넘어야 연기가 좋아진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선역, 악역 구분 짓지 않는 다양성이 넘치는 배우를 지향하고 있어요. ‘양파’ 처럼 껍질을 까면 깔수록 새로운 매력이 드러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중이 쉽게 질리지 않게요. 매번 또 다른 정겨운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준용 이슈팀기자/ issue@, 사진=김효범 작가(로드포토스튜디오) hyobeo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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