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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안보정상회의 D-1, 강남가 불법 전단지 사라졌다 했더니 …

“매일 매일이 숨바꼭질이죠. 국제행사인만큼 방문한 외국인사들에게 불쾌감을 주면 안되는데 워낙 눈깜짝할새 뿌리고 사라지니 걱정입니다.”

전세계 50여개국 정상이 모이는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온 나라가 비상이 걸렸다. 개최장소인 코엑스(coex)가 위치한 강남구는 살얼음판이 따로 없다. 주무기관인 강남구청은 초비상이다. 행사 진행부터 보안, 질서유지 임무까지 모두 강남구청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국 ‘최고의 번화가’인 동시에 ‘최대의 유흥가’라는 양면의 모습을 지닌 서울 강남구. 유흥가 불법 전단지들과 쫓고 쫓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강남구청 공무원들의 단속현장을 헤럴드경제가 동행취재했다.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던 19일 오후 7시 선릉역. 지하철역으로 쏟아지는 직장인을 거슬러 네 명의 남성이 역 뒤쪽 유흥가 일대로 향했다. 매서운 눈으로 요리조리 살피는 그들은 불법전단지 살포를 단속하는 강남구청 광고물 정비팀 요원들.

이들은 매주 3회 해가 지면 선릉역과 강남역 인근 유흥가 일대에 뿌려진 전단지나 전봇대에 붙은 불법 포스터를 제거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현장에서 불법 전단지를 뿌리거나 뿌리려는 의심스러운 사람을 단속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다. 26~27일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전단지 단속도 강화됐다. 단속 인원만 80명. 평소의 5배 수준이다.

단속을 나온 지 1시간쯤 지났을까. 바닥에 뿌려진 전단지를 수거하고 있던 박희수 팀장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인근 지역을 순찰 중인 김원묵 주무관이었다. 오토바이를 이용해 헬스클럽 포스터를 붙이는 현장을 적발했다는 다급한 전화였다. 박 팀장과 함께 함께 이동하자 현장에는 앳된 얼굴의 남성 2명이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오토바이에는 포스터를 쉽게 붙일 수 있도록 잘게 자른 청테이프가 붙어있었다. 박 팀장은 이들에게 옥외광고법위반 사실을 통보하고 2만 5000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박 팀장은 “원래 전단지를 붙인 건수 만큼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지만 초범이니 이번에만 한건에 대해서만 부과하는 것”이라면서 “두 번은 봐주지 않는다. 다신 불법전단지 붙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적발된 이들은 겁에 질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떴다.

밤 10시가 넘자 행인들로 넘쳐나던 유흥가도 조용해졌다. 수거한 전단지를 정리하던 김 주무관은 “매일 단속을 하고 전단지를 수거해도 하루만 지나면 도로아미타불”이라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그나마 포스터 부착은 단속이 수월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길거리에 전단지를 뿌리는 경우가 가장 골치아프다”며 “워낙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골목 요리조리로 잘 빠져나가기 때문에 쫓아가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고 했다.

불법전단지 살포방식이 나날이 교묘해진다는 점도 광고물 단속요원들을 힘들게 한다. 박희수 팀장은 “승용차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전단지를 살포하거나 망보는 사람을 둬 미리 몸을 피하기도 한다”면서 “날이 갈수록 단속을 피하려는 수법은 진화하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박 팀장과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망을 보는 것으로 의심되는 수 대의 오토바이가 단속반 주위를 맴돌았다.

박희수 팀장은 “큰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 크다”면서 “예전에 비해 확실히 깨끗해진 거리를 보며 보람을 느낀다. 행사가 끝나도 깨끗하고 쾌적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화이팅을 외쳤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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