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랜저·렉서스 시승…장·단점 직접체감
현대차 ‘수입차 비교시승센터’가보니…
전국 7곳에 시승센터 운영
품질비교 공정성 강화위해
수입차 모두 최신 모델로

가격·엔진성능 등 비교설명
전문 상주직원없어 ‘옥에 티’

“판매 가격이요? 잠시만요, 휴대폰으로 확인해 볼게요…”

현대자동차 수입차 비교시승센터 현장. 렉서스 ES350을 시승하며 판매 가격을 묻자 동승 직원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출력, 토크, 차량 크기 등을 물어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결국 돌아오는 답변은 비슷했다. “이 모델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보통 일본차가 승차감은 뛰어납니다. 하지만 엔진 성능이나 가격경쟁력을 보자면 현대차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현대차가 내수시장 강화의 일환으로 수입차 비교시승센터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대규모 비교시승시설을 갖춘 것은 국내에서 유례없는 일로, 업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는 마케팅 전략이다. 수입차 공세에 맞서 무모하게도(?) 직접 모델을 비교하겠다는 ‘정공법’을 선택한 셈이다.

그만큼 현대차도 이 서비스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표 수입차 모델을 신차로 대거 구비하는 등 충분한 ‘외형’을 갖췄다. 하지만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는 아직 미흡한 분위기다. 좀 더 완성도 있는 비교시승을 원하는 고객의 목소리도 높다. 

현대자동차 서울 중앙시승센터 외부 주차장에 비교시승을 위해 준비한 현대차와 수입차 모델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가 비교시승센터 운영에 들어간 이후, 최근 기자가 직접 고객 신분으로 서울 용산구 중앙시승센터를 방문했다. 현대차는 지난 20일부터 전국 7개 주요 시승센터에서 수입차 비교시승센터 운영에 들어갔다. 시승 가능한 현대차 모델과 수입차 모델을 고른 뒤 예약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도요타 신형 캠리, BMW 528i, 메르세데스 벤츠 E300, 렉서스 ES350, 폴크스바겐 골프, 미니 쿠퍼 등 수입차 대표 모델이 총망라됐다.

평일 오후이지만, 예약이 없으면 바로 시승할 수 없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이날 선택한 모델은 그랜저 3.3과 렉서스 ES350. 2시간 남짓 기다린 끝에 현장 직원과 함께 시승에 올랐다. 그랜저 3.3을 타고 강변북로, 여의도 등을 거쳐 차량을 시승했다. 그랜저 3.3의 인기 비결과 특징, 주요 고객층 등에 대해 상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어 렉서스 ES350에 탑승했다. 주행거리는 1000㎞ 이하로, 따끈따끈한 신차다. 직원은 “비교시승을 위해 최신형으로 갖췄다. 공정하게 품질로 비교해 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이어 두 모델을 탑승하니 고객 입장에선 차량의 장단점을 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랜저의 장점도 쉽게 느껴졌다. 현대차의 의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판매 가격이나 엔진 등 수입차 모델의 기본 사양에 관한 질문에는 답변을 잘 들을 수 없었다. 한 현장 직원은 “시승센터에 상주하는 직원이 없고, 일선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시간에 맞춰 시승센터로 온다. 때문에 수입차 모델의 전문 지식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현대차가 비교시승센터를 운영하며 현장 직원에 안내 책자도 배포했지만, 그 안에는 비교 수입차 모델의 간단한 특징과 그와 비교한 현대차의 장점 등만 명시돼 있다. 한 직원은 “본사에서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라 아직은 관련 교육 등이 부족해 일선 현장에서도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시승센터에서 만난 한 고객도 “수입차를 한 곳에서 비교 시승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서비스”라면서도 “좀 더 객관적인 설명과 비교까지 해 준다면 오히려 현대차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질 것 같다”고 밝혔다. 자칫 전시효과만 신경쓰다 마케팅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이번 프로그램에 수입차 업계의 관심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내실있게 운영된다면 현대차를 떠나 자동차업계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고객 호응에 따라 전국으로 시승센터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