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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로에 선 신용카드> 수수료율 강제개편보단 당사자 합의 최선
② 가맹점 수수료 해법은
여전법 수수료율 강제 조항
시장경제질서 위배 논란
카드사 수익 악화 직격탄
고객 혜택도 축소 불가피

“중소가맹점과 상생 차원
대기업 부담 높여야” 분석도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시행된 금융개혁법중 눈에띄는 조항이 있다. 가맹점에 대한 직불카드 정산수수료 상한을 규제하는 내용이었다.

수익감소를 우려한 은행들은 즉각 고객들에게 부과되는 직불카드 사용 수수료를 신설키로 했다. 결국 소비자 및 정치권의 반발로 수수료 부과계획은

철회됐다. 하지만 시장상황을 무시한 규제가 소비자 혜택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보다 훨씬 ‘강력한’ 법률안이 통과됐다. 중소가맹점 카드수수료를 정부가 정하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올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법안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와 가맹점 등 당사자간 자율적 합의가 최선이라고 지적한다.

▶개정 여전법, 은행 금리 정부가 정하는 격 = 여전법 개정안의 취지는 나쁘지 않다. 경제 약자인 중소가맹점이 높은 카드수수료 때문에 피해를 입지않도록 한다는 뜻에는 정부, 카드사, 가맹점 모두 동의한다.

카드사도 연매출 2억원 미만의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게 적용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 지금도 영세업체에게는 수수료율을 1.6~1.8% 정도로 낮게 적용한다.

문제는 정부가 카드수수료를 정하도록 의무화(18조3항)했다는 점이다. 행정력을 사용하는 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시장원리에 근본적으로 위배된다.  “은행 대출, 예금 금리를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과 마찬자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사례가 다른 분야로 확산되면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1.5%로 낮출 경우 카드사의 연간 순이익이 2조6000억원 가량 줄 것이란 조사도 있다. 카드사는 이를 메꾸기위해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 밖에 없다. 카드 사용자의 혜택이 줄어드는 셈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논란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통해 “영세 가맹점에 대한 보호정책도 필요하지만 무원칙적인 수수료율 일괄 적용은 카드사의 비용구조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 당사자 합의가 최선 = 해외에서도 수수료 분쟁은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이 개입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해 당사자 간의 자율적인 해법이 최선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미국 등의 경우 난관 속에서도 당사자간의 합의를 통해 갈등을 해결했다.

미국은 비자카드가 1971년 카드업계 최초로 수수료 체계를 고시한 이후 30여년에 걸쳐 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율 분쟁이 이어졌다. 실제로 월마트 등 미국 내 500만개의 가맹점들은 1996년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높이는 등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긴 법정 다툼 끝에 비자와 마스터는 2003년 가맹점들에 30억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수수료율을 낮추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이후 비자와 마스터는 2005년 수수료율을 신용카드 등급에 연동시키는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내놨다. 할인 혜택이 많은 카드의 수수료율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가맹점들도 이를 받아들여 미국 내 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율 분쟁은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은 개입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미국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와 가맹점 간에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다. 영국 호주 일본 등도 카드사와 가맹점과 직접 계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다.

▶ 수수료율 체제 34년만에 변혁 = 카드업계도 그동안의 안일한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지난 1978년 신용카드업이 처음 국내에 들어올 때 만들어진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는 30년 넘게 그대로다. 금융환경이 급변했는데도 옛날 옷을 입은 꼴이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이제야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체계 ‘새판짜기’를 진행중이다. 현행 업종별 수수료 대신 카드사의 고정비용을 반영해 정액 또는 정률로 매기는 체계로 개편될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관련 용역을 의뢰했으며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께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개정 여전법이 통과됐지만 합리적인 개편안을 마련하면 법안의 일부 수정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은 개편 방향에 대해 “지금은 대기업 가맹점이 중소가맹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부담한다”며 “중소가맹점과의 상생 차원에서 대기업 가맹점이 수수료율을 좀 더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카드 사용으로 카드사, 회원, 가맹점, 정부가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카드 영업망 이용료를 적절히 분담해야 한다”며 “정부도 카드 수수료율 정상화에 역할을 해야하고 그동안 수수료에 대한 분담없이 혜택만 받아온 카드 회원들에 대한 부가서비스 축소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airinsa> /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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