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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격전지-강남을>김종훈 VS 정동영이 벌이는 ’가치전쟁’의 결과는

서울 강남을은 첨예한 ‘가치전쟁’의 승부처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에 앞장서는 ‘저격수’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맞서 새누리당은 한ㆍ미 FTA의 ‘전도사’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투입해 맞불을 놓았다. 한ㆍ미 FTA 찬반의 상징적 두 인물이 여야 후보로 나서면서 한ㆍ미 FTA가 강남벨트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나아가 성장 vs 분배, 신자유주의 vs 경제민주화의 가치전쟁으로 판이 확장될 의미있는 지역구로, 강남을 판세를 들여다보면 2012년 대한민국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다. 

19일 두 후보와 각각 인터뷰했다.

정 후보는 김 후보와의 대결이 확정되자 “올 것이 왔다”며 승부욕을 보였다. 그는 “(한ㆍ미 FTA는) 한 명의 관료가 어떻게 나라를 망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이번 가치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한ㆍ미 FTA 반대의 선봉에 서신 분”이라며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강남을은 강남의 대표 부촌(富村) 대치동을 비롯해 개포ㆍ세곡ㆍ수서ㆍ일원동 일대를 포괄하는 지역이다. 거대한 주상복합아파트와 구룡마을 판자촌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대한민국 양극화의 집약판이다. 재건축과 교육을 둘러싼 주민의 열망이 유독 뜨거운 곳이기도 하다.

대치동을 제외한 지역민은 “강남이라고 다 똑같은 강남이 아니다”고 불만을 털어놓지만, 정치적으로 이 지역은 전통적인 새누리당의 텃밭이었다. 지난 25년간 단 한 번도 야당 의원이 배출되지 않은 야당의 불모지로 손꼽힌다.

전주 덕진 지역구를 떠난 정 후보에게는 사지(死地)나 다름없다. 그는 “강남을을 택하면서 당에 ‘강남벨트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뻥뻥 (구멍)뚫리던 지역인데 이곳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면 수도권 전투에서 압승할 수 있다”고 출마 배경을 밝혔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의 압축된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면서 “전통적인 부촌인 강남갑과는 구분되는 지역이다. 성장을 이끌어가는 모습과 (부작용을) 보완하려는 모습이 공존하는 곳으로, 성장과 분배의 정책적 조화가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한ㆍ미 FTA를 둘러싼 대립각은 팽팽하다. 맞붙은 이상, 한ㆍ미 FTA에 대한 논쟁은 판세를 흔드는 핵심이다.

정 후보는 상대에 대해 “한ㆍ미 FTA는 한국과 미국의 관료가 아닌, 미국과 미국의 관료가 협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분 마음 속에도 부끄러움이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후보는 “지난 반 세기 동안 무역 확대를 통해 성장을 이뤄왔고, 한ㆍ미 FTA도 상호 교역투자를 확대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게 기본 목적”이라며 “이것을 폐기하자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한ㆍ미 FTA 폐기 주장에 대해 “한ㆍ미 FTA를 폐기한다고 하는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면서 “열심히 설명하고 (민심을)귀담아 듣겠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의 대결은 신자유주의와 경제민주화의 가치논쟁으로 확장될 공산이 크다. 정권심판론과 함께,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변화의 요구를 가늠할 수 있는 가치전쟁의 최전선이다.

  정 후보는 “강남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강남이 정치를 바꾸면 대한민국의 노선이 바뀐다. 대한민국의 진로가 바뀐다”면서 “경쟁, 출세, 탐욕 등 물신주의에서 협력, 나눔, 사람 등 행복중심주의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는 “신자유주의가 잘못됐으니 폐기해야 한다고 대안 없이 말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고 강조한 뒤 “나누기(분배)가 안되니까 키우는 것(성장)도 포기하자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키우기를 하지 않으면 나눌 수 없다. 신(新)자유주의가 아닌 구(舊)자유주의로 돌아가자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두 후보가 주장하는 가치의 격차만큼이나, 이 지역 민심도 다양하게 얽혀있다. 대치동의 김모(50) 씨는 “아무리 야당바람이 불어도 여당 지지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세곡동의 조모(41ㆍ여) 씨는 “대선주자였던 정동영이 인물지지도로 치면 더 우위”라고 평가했다.

재건축 열망이 가장 뜨거운 개포동 시영아파트의 한 주민(48ㆍ여)은 “박원순 시장을 데려와달라. 재건축 문제가 안풀리면 여당도, 야당도, 어느 쪽도 표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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