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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老老부양’ 첫세대…386, 은퇴 후에도 ‘고달픈 낀세대’
<제1부 : Health-care에서 Econo-care 시대로> - ⑥386세대, 사회 자본에서 사회 부채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들의 은퇴가 가져오는 변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각종 연금 바람이 부는 등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인한 사회 변화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몇 년 뒤 이들이 연금을 수급하는 시점에 접어들면 이들에 대한 사회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뒤를 잇는 386세대는 어떠할까.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에 다녔으며 90년대에 30대를 보낸’ 이들은 2차 베이비붐 세대인 ‘F세대’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정치ㆍ경제ㆍ사회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어 노후 문제에선 관심 영역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그런데 이들이 10~20년 뒤 은퇴하고 노후생활로 접어들 시점의 상황을 감안해보면 손 놓고 있을 여유가 없다. 베이비부머가 65세 이상 노인층에 포함될 즈음인 2020년 생산가능인구(15~64세) 4.5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지만 386세대가 노인층에 포함될 때에는 3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또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이들 386세대는 노인이 돼서도 노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노노(老老) 부양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자녀 교육 및 결혼과 노부모 부양이라는 두 가지 짐을 노후생활에 접어들어서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베이비부머보다 많은 국민연금 가입자=베이비부머에 이어 386세대가 노후생활로 접어들면 사회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는 국민연금 가입자 추이에서도 잘 나타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386세대가 다수 포함된 우리나라 40대(63~72년생)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447만6712명에 이른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포함된 50대(53~62년생)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 388만9094명에 비해 15%나 많다. 평균 납부 기간도 40대의 경우 119개월로 50대의 129개월에 비해 그리 짧지 않다. 그만큼 이들이 연금 수급 연령에 포함되면 베이비부머보다 연금 재정에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현행 국민연금제도가 이어질 경우 386세대가 최대 수혜자가 된다. 이들의 경우 지난 88년 국민연금이 설립 전후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국민연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88년 국민연금에 가입한 이모(47) 씨의 경우 60세가 되는 오는 2025년까지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면 향후 20년 동안 3억4000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이는 이 씨가 보험료로 납부한 전체 금액(1억1238만원)보다 3배가량 많은 금액이다. 386세대의 경우 연금 고갈 시점으로 알려진 2060년에 90~100세에 이르게 돼 연금 고갈에 대한 위험도 거의 없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60대 노인이 80대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노노(老老) 부양’ 시대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그 첫 세대로 예상되는 386세대의 경우 자녀들의 교육과 결혼, 그리고 노부모 부양까지 겹치며 피곤한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높아진 눈높이, 미흡한 준비=386세대들의 노후 준비 상태가 베이비붐 세대보다 잘돼 있을 경우 사회적 부담도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보고서 속에서 발견된다.

박창제 경북대 교수의 ‘연령별 재무적 노후 준비 유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7년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통계조사를 바탕으로 20대 이상 재무적인 노후 준비도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63.5%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40대의 응답 비율이 76.6%로 가장 높았으며, 30대 74.6%, 50대 73.2%로 뒤를 이었다. 충분한 재무적 준비를 위해 예금이나 적금을 드는 2차적 노후 준비 비율에서도 40대는 52.3%로, 50대(45.3%)를 약간 웃돌았다.

노후 준비의 질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전체 소득에서 노후 준비로 할애하는 자금의 비중은 50대가 높았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의 ‘2011년 근로자의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수입에서 노후 준비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40대가 10~19%에 그치고 있는 반면, 50대에선 20~29%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지만 노후생활 수준에 대해서는 40대의 눈높이가 50대보다 위에 있었다. 노후생활에 필요한 월간 기초생활자금으로 40대의 경우 36.7%가 151만~200만원으로 답한 반면, 50대는 31.9%가 101만~150만원이라고 응답했다. 40대가 50대보다 노후 준비 상태가 양호하지 않음에도 노후생활 수준에 있어서는 50대보다 한 단계 위의 눈높이를 갖고 있는 셈이다.

▶노후에도 노부모 부양해야 하는 ‘낀 세대’=성장세대와 소비세대의 대표적인 낀 세대로 표현되는 386세대는 노후생활에 있어서도 낀 세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386세대의 자녀는 상당수가 중학생으로, 은퇴 이후 노후생활을 시작할 시점에도 이들은 자녀 교육 및 결혼 부담을 지게 된다. 또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386세대들이 65세 이상 노인이 됐을 시점에도 노부모가 85세 이상의 연령에 있어 노부모 부양의 의무를 지게 된다. 결국 386세대는 노후생활에서도 낀 세대의 부담을 짊어질 가능성이 크다. 평균 수명 증가로 노인들의 의료비 지출이 전체의 34%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고령 노인의 의료비 지출이 많다는 점에서 고령 노부모를 모셔야 하는 386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셈이다.

강상희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원은 “386세대의 경우 노노 부양을 해야 하는 첫 세대가 된다는 점에서 베이비부머보다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 부담은 곧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해 공적 영역에서의 사회적 비용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도제 기자>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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