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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1 Zoom-in> 단일화 실패의 정치학...김형오 “선거운동 절반 낙천자 달래기”
한솥밥은 먹으며 적과 대치하다가 전우 중 일부가 지휘에 불만을 품고 이탈하면 본진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기존의 적 한군데만 신경쓰면 될 것을 새로운 적이 된 옛 전우에 까지 총부리를 겨눠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판에서는 비슷한 성향의 후보 두 명이 양립한 상태에서 뜻을 한데 모으지 못한 채 경쟁정당 후보와 겨룰 경우 유권자의 지지는 분산되고 2위쯤 하던 경쟁후보가 1위로 오르는 경우를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거대세력이라면 하나가 떨어져 나가도 두 집안이 1,2위를 할 수는 있다.

여당의 텃밭인 영남과 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당내경쟁자가 떨어져 나가도 옛식구끼리 선두다툼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도권,강원지역에서는 특정 정당 후보가 쪼개지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6대4로 앞서다가 3 대 3 대 4로 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단일화 실패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린 대표적인 예는 ‘군복벗은 군인’ 노태우와 겨루던 민주세력 김영삼-김대중의 각각 독자 출마에 따른 패배이다. 노태우는 36.6%로 당선됐고, 김영삼(28.0%)과 김대중(27.1%)은 합쳐서 과반을 얻고도 패배해 문민시대를 앞당기지 못했으며, 지역감정이라는 망국적인 전통만 남기고 말았다.

▶사진설명= 선배 정치인들은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한채 분열하면 필패”라고 충고하고 있다. 정치권의 4.11 총선 입후보자 공천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민주당 당직자들이 1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 진입해 비례대표 배정과 공천 문제와 관련한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 phko@heraldcorp.com


17대 국회때 부산 사하을에서는 한나라당이 최거훈 후보를 공천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한 박종웅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바람에, 당시 여론조사 1위였던 조경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추격의 동력을 잃고 말았다. 개표결과는 당선자 조 후보는 3만6614표, 최 후보는 3만4607표, 박 후보는 1만4036표였다. 탄력을 받은 조 후보는 그 후 승승장구하며 현재 3선을 낙관하고 있다.

민주당이 2010년 지방선거때 서울 강북에선 유일하게 구청장을 빼앗긴 중랑갑의 경우 유정현 후보가 여론조사 우위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김정 후보에게 공천에서 밀린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는데, 민주당의 서영교 후보는 호재를 만난 셈이 됐다.

새누리당이 부산 민심을 회복하던 와중에 해운대 기장을에 안경률 의원이, 부산 수영에 박형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무소속 출마 움직임을 보이면서 ‘51% 득표’에 부담을 느끼던 민주당 유창렬, 허진호 후보가 당선가능선을 35%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접전지에서의 당내 분열은 치명적인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공천전쟁이 끝나면 선거운동 시간의 절반이상을 낙천자 달래기에 써야 했다”고 회고하면서, 접전지에서의 분열 방정식 결과는 필패라는 점을 새삼 강조했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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