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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 사랑 각별했던 ‘한국 섬유산업 신화’ 잠들다
전경련 회장 역임 김각중 경방 명예회장 별세…변화경영·나눔경영 쉼없이 실천
“직원들에겐 아버지같이 자애로웠고 친화력이 뛰어났으며 특히 재계를 사랑했다.”

지난 17일 별세한 김각중 경방 명예회장에 대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직원들의 회고다. 지난 1999년 10월 김우중 전경련 회장이 갑자기 사퇴한 뒤 회장 직무대행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고인은 2003년까지 26대에서 27대까지 3대에 걸쳐 전경련 수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에 대한 압박과 쏟아지는 책임론으로 몸살을 앓을 정도였다. 하지만 전경련을 재계의 중심에서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바로 붙잡은 이가 바로 고인이다.

고인의 전경련에 대해 애착은 참으로 컸다. 부친인 고(故) 김용완 회장 역시 전경련 회장을 역임해 재계 최초의 ‘부자(父子) 전경련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회장직을 넘긴 뒤 전경련 해체론이 대두되자 “이거 야단났다 싶었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자서전에서 회고했을 정도로 그의 삶은 전경련과 떼려야 뗄 수 없었다.

당시 고인을 가까이 모셨던 전경련 관계자는 “누구보다도 정부나 재계 사람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나눴던 분”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전경련 현안이 매우 복잡하고 어두웠는데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로 ‘웃음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던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고인은 또 한때 대한민국 경제의 축이었던 섬유산업의 산증인이자, 섬유강국의 초석을 닦았다. 또한 이는 고인이 섬유산업연합회장으로 추대됐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75년 사업을 이어받은 고인은 사명을 경성방직에서 ‘경방’으로 바꾸고 당시 사양산업이라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용인 공장을 신설하는 등 의욕적인 경영을 펼쳤다. 반월, 광주 공장 추가 신설 등으로 87년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다가 90년대에 방직업이 하향세로 접어들자 제품을 고부가가치화하는 한편, 유통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2009년에는 옛 경성방직 자리에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를 성공적으로 오픈하면서 끊임없는 ‘변화경영’으로 주목받았다.

고인의 삶은 경영자로서 뛰어났지만 나눔경영 실천자로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고인이 세운 경방의 장학재단인 경방육영회는 삼양사의 양영회와 함께 우리나라 기업 재단의 효시다. 고인은 떠나갔지만 그의 발자취는 재계에 아름답게 남아 있다.

<김영상 기자>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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